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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7 18:33 수정 : 2008.11.29 14:25

‘간 큰 보좌관’ 꼴 못보는 의원님들

[뉴스 쏙]

입법기관 핵심 불구 구멍가게 알바 취급
눈밖 나면 ‘파리목숨’…월급까지 떼먹어
‘쓴소리’ 했다고 한강다리 버리고 가기도

느닷없이 ‘백수’가 된 그는 머릿속이 멍하다고 했다. 괜찮은 직장에 다니던 그는 지난 4월 한나라당 재선 의원이 공고한 국회의원 4급 보좌관 공채를 뚫었다. 합격한 뒤 의원이 4급보다 연봉 1천만원이 적은 5급 비서관 자리를 주겠다고 말을 바꿨지만 감수했다. 그러나 그는 4개월여 뒤 “그만 나가줘야겠다”는 해고통보를 받았다. 자신의 자리는 의원이 지인한테서 소개받은 사람에게 넘어갔다. 의원이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면직요청서’ 달랑 한 장과 함께 그는 ‘용도폐기’됐다.

그제야 그 의원이 지난 4년간 20명이 넘는 보좌관과 비서관을 수시로 바꾼 탓에 보좌관들이 기피하는 ‘블랙리스트 의원’이란 것도 알게 됐다. 주변에선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4년간 20여명에 가까운 의원실 식구를 매몰차게 교체한 비례대표 의원 등도 있으니 너무 낙담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보좌관은 ‘스타 의원 제조기’ ‘정책 코디네이터’로 불리는 입법기관 국회의 핵심 일꾼이다. 의원을 대신해 행정부처 고급공무원들을 오라가라 하고 각종 정책 조율에 나서기도 하는 등 일견 화려해 보인다. 신분도 공무원이라 안정적으로 비친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의원이 “나가라”면 즉시 그만둬야 하는 신세다. 이들의 임면에는 4·5급 보좌관·비서관의 경우 국회의장, 6~9급 비서의 경우 사무총장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이는 형식에 불과하다. 민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최근 한 초선 의원실에서는 보좌관·비서관 3명이 의원의 거친 막말 등 인격 모독적인 행위에 대한 불만으로 한꺼번에 사표를 냈다”며 “보좌관들 사이에선, 의원과의 관계가 철저히 ‘갑’과 ‘을’일 수밖에 없는 처지를 빗대 ‘일용잡급직’ ‘사노비’란 한탄도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의원회관 주변에서는 몇몇 의원들의 ‘횡포’에 대한 뒷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한 의원은 의원실 식구들을 아침마다 모두 모아놓고 특정 종교 기도회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해서 구설에 올랐다. 여당의 한 재선의원은 보좌관이 그만두면, 그 사실을 한 달 뒤 국회 사무처에 알려 한 달치 월급을 떼어먹기도 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의원이 사무처에 보좌관을 4급으로 신청해놓고, 실제 월급은 5급에 해당하는 만큼만 주는 편법으로 그 차익을 의원 활동비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는 게 보좌관들이 전하는 얘기다.

인격모독 사례도 있다. 17대 국회 당시 여당의 재선의원은 수행비서가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고 비서를 한강 다리 중간에 내려놓고 가버렸다. 반대로 17대 국회 야당 의원의 비서가 의원의 안하무인 태도에 화가 나 한강 다리 중간에서 차에서 내려 차 열쇠를 강물에 던지고 그대로 떠난 얘기도 회자되고 있다. 물론 그 비서는 의원과 결별했다.

의원과 보좌관의 관계를 어느 일방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좌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11대부터 18대 국회까지 27년째 보좌관을 하고 있는 고영대 보좌관(최인기 민주당 의원)은 “입법활동과 국정감사에서 의원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보좌한다면 의원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없다”고 말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을 17년째 보필하고 있는 고성학 보좌관은 “의원과 동반자적,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보좌관이 성실성을 필수조건으로, 통찰력과 전문성 등 능력을 충분조건으로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모색들도 있다. 16·17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약한 전·현직 보좌관 20여명은 ‘미래와 균형’이란 연구소를 차려 정책제안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내년 초엔 보좌진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여야 보좌진을 아우르는 국회 보좌진협의회도 출범한다.

<1인자를 만든 참모들>이란 책을 낸 보좌관 출신 이철희씨는 “참모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의원은 쓴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관계여야 한다”며 “보좌관은 늘 한발 앞서 생각해 의원에게 판단을 조언할 수 있는 ‘원업’(One up-한 걸음 앞서 나간다는 뜻)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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