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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01 19:42 수정 : 2008.12.01 19:42

‘서울서 시골로’ 박영주씨 가족

‘미친 도시’ 신물…3년 동안 고민
도시민 이주 위해 조성 단지 진입
“대신 포기해야 할 것도 많답니다”

이렇게 살아요 / ‘서울서 시골로’ 박영주씨 가족

시골 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실행하는 사람은 적다. 시골로 삶터를 옮기는 일은 간단치 않다. 특히 정착할 마을을 결정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익명성이 보장된 도시와 달리 사람 사이의 관계가 밀접한 시골살이에서 좋은 이웃을 만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시골 생활을 뒤로 미룬다.

박영주(39)씨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민의 이주를 위해 조성한 마을을 선택해 시골 연착륙에 성공했다. 박씨와 남편 조태진(39)씨는 세 아이와 함께 지난 6일 충남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의 산너울마을로 이사를 했다. 산너울 마을은 사회적 기업인 ㈜이장이 서천군의 위탁을 받아 조성한 생태전원마을이다.

“이삿짐을 풀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됐습니다. 서울에서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곧바로 주문하고 제때 주어지지 않으면 안달복달하고 그랬거든요. 여기서는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그런데 그런 여유가 좋은 것 같습니다.”

박씨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마음에 든다. 도시는 아이에게 위험한 곳이었다. 자신이 서울에서 아이들에게 하는 말은 뛰지 마라, 떠들지 마라, 집 밖에 나가지 마라 등 하지 말라는 말밖에 없었다.

산너울마을은 찻길이 멀리 떨어져 있어 아이들을 집 밖에 ‘풀어’ 놓아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옆집에 사는 이웃의 얼굴조차 제대로 몰랐던 서울 생활과 달리 이곳에는 아이들을 반기고 돌봐주는 이웃이 많다.

실제로 박씨가 남편에게 시골로 오자고 조른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게 아이들 교육이었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뛰놀며 커야 한다고 믿는 박씨는 큰아들 현빈(6)과 둘째인 딸 동하(4)를 자신의 교육철학과 비슷하게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냈다. 하지만, 막둥이인 둘째아들 세빈(2)이 태어나자 육아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더구나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교육 분야에서도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움직임이 보이자 서울 생활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처음에는 애들 아빠에게 경쟁으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한국을 떠나자고 했어요.”


그러나 이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사인 남편 조씨나 자신 모두 외국에서의 ‘생존’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조씨의 설득으로 이민 대신 선택한 것이 시골로의 이사였다. 연고가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니만치 공동체성이 살아 있는 마을이면 좋겠다 싶었다. 문경, 강화도, 실상사 등 많은 곳에 다녔다. 그러다 3년 전쯤 실상사 생명평화결사에 들렀다 알게 된 것이 충남 서천군에서 추진하는 생태전원마을이었다.

서천군의 산너울마을은 사업주체가 미더웠다. ㈜이장, 농촌을 살리고 농촌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젊은이들이 바글바글 모인 사회적 기업이었다. 생태적 전원마을을 추진하는 철학도 마음을 끌었다.

산너울마을은 자연을 최대한 보존할 뿐 아니라 흙벽돌과 나무를 주로 쓴 친환경주택들로 이뤄졌다. 또 코하우징 개념의 공동 공간이나 공동 경작 텃밭 등을 확보해 주민들이 공동체를 지향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이장은 입주자들과 원주민 사이의 교류를 통해 산너울마을이 시골에 사는 도시인들의 섬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다. 또한 입주민들이 입주자 모임 대표 황금성씨를 중심으로 한 달에 한번씩 3년 동안 22차례 모임을 갖고 마을만들기에 함께 참여하도록 지원했다. 박씨는 이처럼 마을의 그림을 함께 그려온 미래의 이웃들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놓였다.

“3년 가까이 지켜보다 6개월 전쯤 계약을 했어요. 그 뒤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모임에 참석했는데 이웃이 될 분들도 마음에 들었어요. 이웃분들이 처음부터 기대수준을 높게 세우지 말고 차츰차츰 할 수 있는 만큼씩 서로 가까워지자고 하시더군요. 그 말에 더욱 마음이 놓였어요. 상당 기간 남편과 주말 부부로 지내야 하지만 그래도 잘 결정한 것 같아요.”

서천/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도시민 귀촌마을 입주 얼마나 드나

지자체·사회적 기업 함께 사업…지원 많아 분양값 비교적 저렴

시골 생활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정원이 딸린 예쁜 집에서 사는 것이다.
시골 생활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정원이 딸린 예쁜 집에서 사는 것이다. 도시 아파트 값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용은 꽤 든다. 건축비도 천차만별이다. 잘 알지 못하면 턱없이 비싼 값에 집을 짓게 된다.

그런 점에서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의 산너울마을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는 전원마을을 선택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전원주택을 장만할 수 있다. ㈜이장과 같은 사회적기업이 사업을 주관하면 금상첨화다.

산너울마을의 분양가는 공유지분 660㎡를 포함해 56.07㎡(18평)의 경우 건축비와 땅값을 포함해 1억1250만원, 가장 큰 99.8㎡(32평)도 1억5610만원이다. 건축비용은 3.3㎡당 330만원, 땅값은 3.3㎡당 25만원이 들었다. 흙벽돌과 나무를 주로 써서 지은 친환경 주택치고는 무척 싼 편이다. 특히 ㈜이장은 3년 전 계약한 뒤 원자재 값이 크게 올랐음에도 애초 계약 조건을 지켰다. 수익보다 농촌공동체 회복을 우선하는 사회적 기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천군에서도 산너울마을에 많은 지원을 했다. 서천군은 ㈜이장과 함께 정부의 여러 프로젝트에 응모해 농림수산식품부의 전원마을 조성사업 지원비 10억원, 신재생에너지 시설 지원금 5억원 등을 받아 입주민은 물론 마을 주민들에게도 가구별 태양광 설비를 지원하고, 게스트 하우스, 복합문화관, 생태연못, 공동텃밭 등 편의시설을 만들었다.

㈜이장은 산너울마을과 비슷한 형태의 생태전원마을을 경남 하동과 경북 봉화에도 추진하고 있다. ㈜이장 김태경 과장은 “입주민들이 선택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3.3㎡당 건축비는 400만~500만원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재생에너지 도입도 관련 규정이 바뀌어 50%를 자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02)888-4377, www.prsemi.net

권복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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