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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08 18:37 수정 : 2008.12.08 18:37

이상윤/‘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maxime68@naver.com

[생활2.0]

일터의 건강나침반 /

지난주 큰 화재 사고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생길 때마다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이 논의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언제나 되풀이되고 있다. 화재 사고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함께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소방관들이다.

이번 화재 사고 때도 소방관 한 명이 다쳤다고 한다. 하지만 다친 소방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덜하다. 또 소방관이 입는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논의조차도 거의 없다. 위험한 직업이니까 당연히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소방 작업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고 예방을 위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심을 갖고 사고 방지 방법을 찾으면 어떤 사고든 예방할 수 있다.

소방방재청 자료를 보면 2007년 한 해에 7명의 소방관이 ‘순직’했고, 279명이 일하다가 다쳤다. 이를 일반 산업재해와 사망률에 비교하면 20~30% 정도 높은 수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는 그 나라가 처한 조건을 고려해야겠지만 간단하게 수치만 비교해도 주요국보다 2~3배 높다.

작업 중 사망률이 소방관에게 높게 나타나는 주요한 이유로는 소방 사고를 빼놓을 수 없겠지만, 심장 및 혈관 질환 역시 중대한 요소다. 소방관들이 심장 및 혈관 질환으로 많이 죽게 되는 것은 과로를 하기 때문이다. 또 불을 끄면서 일산화탄소 등 심장 건강을 해치는 유해한 가스를 많이 들이마시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방관의 사망 사고 역시 주로 소방 작업을 할 때 이런 유해 가스를 많이 마시거나, 건물이 무너져 깔리면서 발생한다.

시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안전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당혹스런 일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정당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시민의 공복으로서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일이다.

주요국일수록 소방관에 대한 사회적 예우가 높고, 소방관 안전을 위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미국은 1998년부터 의회가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 소방관의 사망 사고 조사 및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소방관 사고의 실태 와 원인을 조사하고 분석해 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소방 관련 정책은 소방관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사고 예방을 위한 과학적 프로그램은 언감생심이다. 선진국에 비해 5~6분의 1일에 불과한 인력 수준과 24시간 격일제 근무라는 노동 시간은 사고 예방과 소방관 건강 보호를 사치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언론이 가끔 소방관의 희생을 미담으로 다루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이상윤/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maxime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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