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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0 18:16 수정 : 2008.12.14 13:58

쏘나타 vs BMW 320d. 한겨레자료사진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차종에 희망 거는 한국차와 회사명으로 승부수 띄우는 수입차의 이름짓기

쏘나타, 쏘울, 라세티, 카이런 등. 대한민국 자동차들은 대략 이런 이름을 가졌다. 반면 수입차들은 숫자와 영문이 뒤섞인 난해한 이름을 가졌다. 530i, E200K, LS460, A8, 308SW. 모두 자동차 이름이지만 둘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전자는 회사명을 살짝 내려두고 각각의 차종에 희망을 거는 경우, 이를테면 현대자동차를 뒤에 두고 쏘나타, 아반떼 등의 이름을 내세운다. 반면 후자는 회사명을 전면에 올리고, 그 위에 붙은 숫자와 영어 알파벳이 어떤 급의 어떤 차인지 말해준다. BMW 320d라고 하면, 베엠베(BMW)라는 자동차회사에서 만든 3시리즈, 20은 그 속에 2000㏄ 엔진이 들었고 d는 디젤엔진이라는 뜻이다.

둘은 전략이 다르다. 현대자동차는 쏘나타, 그랜저, 아반떼 등의 네이밍이 곧 브랜드가 되어 개별적인 가치를 내세운다. 그래서 현대자동차 하면 떠오르는 게 별로 없지만, ‘포터’ 하면 동그란 헤드램프와 디젤엔진, 승용차처럼 편안한 운전석, 1톤 트럭 등이, ‘그랜저’ 하면 조용한 엔진에 안락한 승차감, 그래서 꽤 살만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베엠베라는 이름은 단순히 독일에 있는 자동차회사라는 것만 말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두 개로 나뉜 라디에이터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를 전면에 달고 매우 역동적으로 질주하는 자동차라는 걸 말한다. 그 뒤에 3으로 시작하는 이름이 붙건, 7로 시작하는 이름이 붙건, X5가 붙건 모두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처럼 개별적인 네이밍으로 활동하는 자동차회사는 다양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경차에서부터 15톤 덤프트럭까지 다양하고 이색적으로 만들 수 있다. 시장이 변화하는 데에 따라 유연하게 자동차를 만들어 팔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차가 실패했다고 해서 다른 차에 악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현대 아토스는 실패했지만 아반떼는 예나 지금이나 잘 팔린다. 베엠베처럼 회사명 자체가 브랜드인 경우는 아무 차나 만들지 못한다. 베엠베다운 역동적인 차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미니밴이나 화물차는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베엠베다운 역동적인 경험이 다른 차에까지 전염되는 효과가 특출하다. 베엠베 바이크를 신나게 타다가 BMW Z4를 사는 사람, 혹은 베엠베가 모터스포츠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베엠베에 호감을 갖게 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둘 중 뭐가 더 좋다고 말할 순 없다. 다양한 차를 만들고 싶은 회사는 현대자동차 식으로, 일관된 성격을 가진 차를 만들고 싶다면 베엠베처럼 하면 된다. 다만 요즘처럼 가치 중심의 소비를 지향하는 분위기에서는 베엠베처럼 성격 있는 차의 인기가 높다. 그런데 이런 차는 대개 비싸다. 성격을 더욱 강렬하게 정립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그에 따른 마케팅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진택/〈GQ〉편집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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