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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0 18:33 수정 : 2008.12.11 16:38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브랜드 네임 중 일부만이 기억에 남는다. 좋은 브랜드 네임을 위해서는 정확한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한겨레자료사진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esc 바리스타 현의 커피전문점 브랜드 네이밍 도전기, 의외의 이름으로 칭찬받았네

그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도 자꾸 생각나는 브랜드 이름을 만들어 보자! 시작은 거창했다. 가만… 그런데, 무엇의 이름을 지어 보겠다고 해야 하지? 음료수, 화장품, 아니면 아파트? 매일 아침 원두커피 만드는 일에 몰두해 있기에 커피 전문점을 세운다 상상하기로 했다. 회사에 일찍 출근해 커피머신을 돌리고 있노라면, 마치 바리스타나 현 마담이 된 듯한 착각도 든다. 나부터 즐겨 가고 싶은 근사한 카페의 이름을 만들어 보자! 전문가가 조언한 대로 콘셉트와 타깃 소비자를 적고 이름을 생각했다. 나름 각고 끝에 결정한 후보 다섯 개를 보내서 <브랜드 네이밍>의 저자인 ‘유나이티드 브랜드’ 김상률 대표에게 평가와 조언을 들었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이름”으로 낙착!

◎ 콘셉트 : 커피 ‘전문점’ 브랜드. 경쟁업체는 ‘할리스 커피’와 ‘탐앤탐스’ 정도. 수입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의 젊은 커피문화를 만들어가는 브랜드. 작가들의 전시회나 소규모 공연도 열고 잡지도 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공간은 아기자기하게 밝은 느낌으로 구성.

◎ 타깃 : 20~30대 도시 직장인 및 대학생. 커피를 하나의 문화로 즐기는 사람들. 2000~3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재미난 문화적 경험이 가능한 공간을 찾는 이들.

◎ 브랜드 이름 후보 : 1. 시리우스: 전체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자리인 시리우스의 이름을 땄다. “브랜드 이름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설명이 떠올라서였다. 커피와 무관하지만 은하수의 청명하고 맑은 이미지를 입히고자 했다. 2. cafe, 샘: 샘처럼 계속 맑은 물이 있고 새로운 일이 생긴다는 의미. “최근엔 한때 돌풍을 일으켰던 한자어 조합이나 외국어보다 자연어가 뜬다”는 전문가의 말을 떠올리며 순 한글 단어를 빌려왔다. 3. 실험실 음료(laboratory drink)-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실험실의 의미는 어떨까? 사실 팩토리라는 명칭을 쓰고 싶은데 이미 한둘이 아니기에 차선책으로 택했다. 경영은 차별화 게임과 같다고 들어서였다. 4. 왈츠풍 커피-세계적 기업인 ‘애플’사도 스티브 잡스가 사과를 좋아했던 데 근거한다. 평소 좋아하는 ‘왈츠풍’이란 단어를 그대로 빌려와 명랑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5. 섬웨어커피(somewhere coffee)-연상 이미지 지도를 그렸을 때 커피와는 꽤 먼 곳에 위치한 단어였다. 그런데 자꾸 보니 정이 갔다. 어디에 가도 있을 법한 친근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느낌이 들어 택했다.

◎ 전문가 평가 : 1안에 대해 김상률 대표는 “단순히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젊음의 이미지와 문화와의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뜬금없다’는 거였다. 커피와 무관하다면 아예 문화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라고 했다. 2안에 대해서는 “샘의 의미가 샘물의 의미도 있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겐 ‘선생님’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고려하라”고 했다. 그리고 ‘샘’이 문화와 젊음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되물었다. 3안에 대해서는 진부하다고 평했다. “발음이 어렵다. 드링크라는 단어는 업종을 나타내는 데 있어 닳고 닳은 표현이다. 실험실이라는 연상이 문화와의 연관성을 갖는 데도 한계가 있다.” 4안에 대해서는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왈츠의 느낌이 경쾌함과 연계가 된다면 젊음뿐 아니라 문화와의 연계도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왈츠풍’이라는 이름을 쓸 경우 카페가 음악 왈츠와 어떻게 연관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5안은 모처럼 칭찬이었다. 실제 간판집에 달려가 이름을 파고 싶을 만큼 의욕이 생겼다.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름, “전형적으로 꿈보다 해몽이 좋은 이름”이라고 했다. 공간과 관련된 의미 전달도 가능한 이름이었다. ‘어딘가에’, ‘어딘가로’의 의미가 문화공간과 연계성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때제로’ 이건 아니죠~

‘이다 커뮤니케이션즈’ 직원들이 브랜드 네임의 디자인 작업(BI)을 논의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 방법은 있다 : 브랜드 네이밍 업계에는 승부사의 세계처럼 긴장감이 넘친다. 수천개의 단어에서 압축된 후보는 클라이언트와의 설득 과정을 통해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적용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기업들은 고객을 사로잡는 단 하나의 이름을 위해 2천만~3천만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머리 터지는 사내공모 과정도 거친다. ‘최고의 브랜드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결국 매혹적인 ‘무엇’을 생산하는 고도의 마케팅 과정이다.

1. 콘셉트를 명확히 하라! 브랜드 이름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 정확한 콘셉트를 설계해야 한다. 언어의 기교를 부리는 것은 차후의 문제. 시장 분석, 경쟁사 분석 → 키워드 선정 작업, 브랜드 콘셉트 도출 → 방향성 확립, 후보안 검토 빛 제출 → 법률적 검토, 상표권 등록의 일반적인 순서를 꼼꼼하게 거쳐야 한다. ‘이다 커뮤니케이션즈’의 박성훈 이사는 “BI(Brand Identity) 디자인과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라는 적용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 먹는 이름인지, 입는 이름인지 택하라! ‘댕기머리’로 인기를 끈 한 회사는 샤워제품 ‘때제로’를 출시했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탈모제품인 ‘난다모’처럼 흥미로운 이름이기는 하지만 깨끗한 이미지를 줘야 하는 샤워제품에 ‘때제로’는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세탁제품에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귀띔했다.

3. 관심에서 시작한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메타브랜딩’의 김자성 이사는 브랜드 이름을 짓는 쾌감을 느끼고 싶다면 다음 두 질문에 답하라고 했다. 1. 브랜드 이름 중 당신이 생각하는 베스트 5개와 워스트 5개를 쓰라. 2. 청바지든 호텔이든 브랜드 이름 5개를 즉석에서 만들어라. 브랜드 네이밍 업계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던지는 질문이다.

4. 네이밍 2.0의 시대다! 유별난 이름은 기억하겠는데, 제품엔 관심 없다? ‘브레인 컴퍼니’의 박병천 대표는 “지난 10년이 멋진 이름을 잘 짓는 ver.1.0의 시대였다면 이제 무조건 유명하기만 한 브랜드 네이밍의 시대는 갔다”고 단언했다. ‘래미안’이 뜬 이후 450여개의 아파트 브랜드가 생겨났듯 “유명 브랜드의 과잉상태에서, 이젠 파워 브랜드의 가치가 무엇인지 따져볼 때”라고 했다. 그럴싸한 이름을 ‘히트’시키는 게 목적이어선 안 된다. 지속적인 브랜드 경영 전략을 실질적으로 따져야 한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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