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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0 18:40 수정 : 2008.12.13 14:22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최고의 네이밍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뱅 앤 올룹슨’은 역발상 성공 사례

브랜드 창조자들은 시장은 살아 있는 거대한 조직체며, 브랜드는 조직체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핏속의 적혈구와 같다고 믿는다. 여기서 상품의 이름은 단지 다른 상품과 ‘구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만든 사람의 철학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동네 시장에서 팔고 있는 닭고기는 그냥 죽은 닭이다. 팔 때도 가게 주인은 ‘싸고 큰 놈’으로 가져가라고 말한다. 반면에 백화점의 포장 닭고기를 고를 때는 싸고 큰 놈이 아니라 브랜드에 따라 결정한다. 상품에서 가치로 변화한 것이다.

아주 긴 두 개의 이름을 떠올려 보자. 하나는 ‘파블로 디에고 호세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후안 네포무세노…피카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가 피카소의 정식 이름이다. 사람 이름이 장난일 리 없는데 왜 이렇게 길게 지었을까? 공문서에 파블로 피카소의 풀 네임이 필요했다면 아마도 자리가 부족했을 것이다. 또다른 이름 하나는 ‘장난’이었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기억한다.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이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동방삭…’이다. 왜 똑같이 긴 이름인데도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은 걸까?

브랜드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이름을 짓는 일은 우연도 장난도 아니다. 이름에는 어감, 컬러, 성격, 태생, 업종, 성별, 상품의 질, 호감도와 충성도 등 수십개의 정보가 담겨 있다. 브랜드 네이밍은 시간이 갈수록 브랜드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최고의 브랜드명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마케팅의 신으로 숭배되는 마이클 포터는 3단계로 그 비밀을 풀어 놓았다. 1단계: 브랜드의 이름을 선택한다. 2단계: 브랜드 이름에 대한 풍부한 연상과 약속을 개발한다. 3단계: 고객의 모든 브랜드 접촉 활동을 관리해, 그 브랜드와 관련된 고객의 기대를 달성하거나 추월한다.

마케팅의 궁극적 목적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 네임은 상품의 품질과 가치를 신뢰감 있게 전달해야 한다. 최근 눈에 띄는 이름은 음료 브랜드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와 패션 스포츠 브랜드인 ‘EXR’이다. 전자의 이름은 강한 경쟁사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제품에 대한 강력한 연상을 가능하게끔 했다. ‘EXR’는 진화(Evolution)와 혁신(Revolution)이라는 의미로, 진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반영한다.

콘셉트가 정확한 이름이 강력한 브랜드를 만든다는 원칙이 있다면 변칙도 있다. 이름이 어려워서 오히려 강력한 브랜드가 된 경우다. 바로 ‘Bang & olufsen’이다. 아마 영어로 발음했다면 ‘방 앤드 올루프슨’이라고 읽기 쉬울 것이다. 이 브랜드 네임은 ‘뱅 앤 올룹슨’으로 읽어야 한다! 유치하게 들리겠지만 만약 이 브랜드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브랜드에 대한 지식과 실력을 의심받을 것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 어려운 이름을 하나의 가치로 여기는 것이다. 마치 ‘스타벅스’가 처음 상륙했을 때 소비자 카운터에서 약간의 왜곡된 발음으로 ‘캬라멜 마끼야또’라고 말해야 창피하지 않던 상황과 비슷하다. ‘뱅 앤 올룹슨’은 어려운 이름이지만, 품질과 명성 때문에 어려움 자체가 마치 고급스러운 품질의 미덕인 양 느껴지는, 브랜드 네이밍의 변칙이다.

권민/ <유니타스 브랜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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