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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0 19:02 수정 : 2008.12.10 19:02

〈무한동력〉

[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넌 꿈이 있냐? 초딩 시절 이후로 내놓고 묻기도 답하기도 뭣한 질문을 의뭉스럽게 들이대는 만화가 있다. 포털 사이트 야후에 연재 중인 주호민 작가의 <무한동력>이다.

때는 20대 경제활동 참가율이 1999년 이래 최저로 떨어진 2008년, 배경은 산동네 꼭대기에 있는 수자네 하숙집. 군 제대 후 굳어진 머리를 회복하지 못한 채 취업 준비에 돌입해 금융권 입성을 노리는 주인공 장선재, 2년째 스타크래프트만 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진기한, 4차원 성격의 네일아티스트 김솔이 하숙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인생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하는 평범한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이 집엔 범상치 않은 물건이 있는데, 바로 철물점을 운영하는 주인집 아저씨가 20년째 개발 중인, 한번 돌리면 영원히 스스로 돌아가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무한동력기다. 아저씨는 ‘모든 사람이 석유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밤마다 고철을 모아놓고 뚝딱거린다. 그래서 7년 전 아내가 세상을 뜬 이후론 고등학생인 큰딸 수자가 하숙집을 돌보며 생활한다.

만화는 ‘꿈을 가진 아저씨 vs. 현실적인 젊은이’ 구도를 이루고 있지만, 어느 쪽이 옳다고 손을 들어주지 않고 내내 균형을 유지한다. 가능하지도 않은 무한동력의 꿈을 좇는 아저씨 앞엔 ‘자식들 대학은 보내야지’라는 현실이 엄연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으려 애쓰는 젊은이들 앞엔 ‘자네 꿈은 뭔가?’라는 외면하고픈 본질적 질문이 솟아오른다. 그렇다고 현실이냐, 꿈이냐를 놓고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 같은 건 없다. 서로를 판단하거나 강요하지도 않는다. 한솥밥 먹는 식구로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뿐이다.

‘요즘 젊은 것들은 꿈이 없어’라고 일갈하는 어른들보다 “자넨 죽기 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나,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나”라고 묻는 이십대 젊은 작가의 차분한 물음이 백번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김송은/만화전문지 <팝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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