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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1 18:34 수정 : 2008.12.12 15:05

[뉴스 쏙]

“숨진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I hope I didn’t kill anyone.)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에서 발생한 미 해병대 소속 F-18 전투기 추락 사고 직후 사고기 조종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조종사는 추락 직전 낙하산으로 비상탈출해 사고 현장 인근 고교 운동장에 내려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 이 사고로 갓난아이 등 한인 일가족 4명이 사망했다.

조종사들은 추락 때 민가나 시설물 등에 2차 피해를 주지 않도록 비행훈련 및 정신교육을 받는다. 한국 공군의 경우, 각급 비행단별로 <국지 비행절차 교범>에 관련 규정을 마련해 두고 비상탈출 훈련 과정의 하나로 이를 익히고 있다. 교범은 항공기가 추락 위험에 처했을 경우 인구밀집 지역을 최대한 회피해 인명 피해를 방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규정을 떠나 무고한 민간인의 피해를 막으려는 것은 조종사의 본능”이라며 “이번 사고에서도 조종사가 사고 현장 60m 상공에서야 비상탈출을 하는 등 삶과 죽음을 가르는 마지막 찰나에야 조종간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해병대는 이번 사고 원인을 일단 기체 결함이라고 발표했다. 사고 전투기는 해병대 미라마 항공기지 인근 해안에 떠 있던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훈련을 위해 이륙했으나 엔진 이상으로 미라마 기지에 비상착륙하려다 추락했다.

조종사의 의식 상실(G-LOC)과 비행 착각 때문에 사고가 나는 수도 있다. 조종사 의식 상실은 전투기 급가속으로 중력가속도(G)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뇌혈류량이 감소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2006년 8월 조종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간 F-15K 추락 사고도 이 때문에 일어난 바 있다.

비행 착각은 전투기를 뒤집은 자세로 배면비행을 할 때 위와 아래를 착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는 하강하고 있으면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 조종간을 상승 쪽으로 움직이면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다. 상하좌우 구분이 어려운 구름 속이나 바다와 하늘의 분간이 어려운 해상비행 때 나타난다.

한국에선 1990년 이래 26번의 전투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민가에 떨어진 적은 없다. 그러나 훈련 공역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미국보다 민간인 피해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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