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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1 18:36 수정 : 2008.12.12 10:10

‘대통령의 즉석 만남’ 가슴 졸인 사람들

[뉴스 쏙]

청와대 경호처 시나리오엔 ‘가락시장의 눈물’ 없었다는데…

지난주 신문을 장식한 사진 가운데 하나는 이명박 대통령과 서울 가락시장 노점상 박부자(73) 할머니가 부둥켜안고 있는 장면이었다. 박 할머니의 딱한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대통령의 경호는 매우 엄격한데 어떻게 이 대통령과 박 할머니가 만나게 된 것일까.

보통 대통령이 청와대 밖 행사에 나설 때는 경호처와 의전팀, 대변인실 등에서 철저한 사전 답사를 거쳐 현장 지형지물에 맞게 시나리오와 동선을 짜고, 참석 대상자도 미리 신상을 파악해 선별한다. 가스통처럼 폭발 위험이 있는 물질을 치우고, 도청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 등은 기본이다.

지난 4일 새벽 가락시장 방문도 전날 경호처와 대변인실이 현장 답사를 거쳐 마련한 동선과 시나리오대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미리 짜인 대로 ‘입구에서 상인들과 인사 → 배추 집하장 방문 및 배추 싣는 일 돕기 → 간이난로에서 농민·상인들과 담소 → 이들과 해장국집 식사’ 순서로 이동했다. 담소와 식사를 함께 한 농민·상인 7명도 전날 밤 섭외됐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예정에 없던 즉흥적인 만남이었다고 청와대는 설명한다. 이 대통령이 식당으로 걸어가다가 박 할머니를 발견하고 다가갔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할머니가 대통령을 보자마자 한동안 울어서 수행원들이 당황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외부 행사 때는 입구에 검색대를 설치해 참석자들과 주변을 검색하고 일괄적으로 통제하지만, 가락시장처럼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개방된 장소를 방문할 때는 이게 불가능하다. 경호처에서는 이를 ‘비공식 행사’라고 통칭한다. 이럴 때는 일반 시민이나 상인 차림을 한 경호관·경찰을 곳곳에 배치해 경계하는 ‘비노출 근무’에 주로 의존한다. 가락시장의 경우 수십명의 경호인력이 이 대통령 도착 한두 시간 전에 투입됐다고 한다. 검색대를 설치하는 대신, 폭발물이나 무기류를 탐지하는 별도 장비도 동원됐다.


비공식 행사의 생명은 ‘철통 보안’이다. 대통령이 방문할 장소와 시간이 미리 알려지면 위험요인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락시장 방문 때 청와대는 기자들에게도 전날 밤 “내일 새벽 4시 반까지 청와대로 오라”고만 통보한 뒤, 가락시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 뒤에야 행사 장소와 내용을 알려줬다. 경호처 관계자는 “비공식 행사 때는 돌발사고 가능성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쭈뼛쭈뼛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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