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5 18:47
수정 : 2008.12.15 18:47
세상에는 만병통치약이 참 많다. 특히 더 이상의 치료 방법이 없는 말기 암 환자쯤 되면 이에 안타까운 가족들이 온갖 만병통치약을 구해서 먹여 본다. 병으로 죽는 것인지 약으로 죽는 것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아무튼 만병통치약이 그처럼 많아도 병으로 죽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죽염도 이런 만병통치약의 하나다. 죽염 애호가들은 무슨 병이든 죽염만 먹으면 낫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음식을 짜게 먹으면 혈압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혈압이 높은 사람도 이 만병통치약은 먹어도 되는 것일까?
역대 의학서적을 살펴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동의보감에 ‘소금은 조금씩 먹는 것은 좋으나 부종에는 절대로 금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동의수세보원에는 ‘소음인 부종에 바닷소금 자연즙 반 숟갈씩을 4~5일 먹은 뒤 부종이 줄어들고 한 달을 먹었더니 완전히 나아서 다시는 재발하지 않았다’는 생생한 체험이 있다. 도대체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소금이 우리 몸에서 뭔가 강한 작용을 하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소금은 수은의 독을 해독한다고 하는데 수은은 성질이 몹시 차가운 독약이다. 역대 의학서적을 보면 소금은 성질이 따뜻하고 그 짠맛은 양기를 북돋운다고 했는데, 특히 수은을 해독할 수 있을 정도면 그 작용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대나무를 이용하는 죽염의 독특한 제조 방법도 소금을 정화하는 목적과 함께 대나무의 찬 성질로 소금의 양기를 중화시킨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심장 및 혈관계에서 혈압을 높이는 작용은 양의 작용이므로 평소 양기가 많은 체질은 짜게 먹으면 혈압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반대로 양기가 부족한 음인들은 어떨까? 심장이나 혈관의 문제 등에서 혈압이 오는 과정이 매우 다양함에 비춰보면 소금이 꼭 모든 사람에게 해롭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서양의학에서도 최근 들어 소금과 혈압은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부종에 대한 상반된 서술을 이해하는 열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제마가 본 것은 소음인 부종이었다. 소금기(양기)가 부족해 여러 조직 밖으로 물이 밀려나오면서 몸이 붓는 소음인의 부종에는 소금이 치료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래로 내려가는 음기가 약해서 물이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해 몸이 붓는 소양인의 부종에는 소금이 오히려 해로울 것이다.
평생 아토피로 고생하다가 죽염을 먹고는 가려운 것이 싹 없어졌다는 소음인이 있다. 속이 더부룩할 때 죽염 몇 개를 집어먹으면 편안해진다는 소음인도 있다. 체질이 소음인이고 관련 질병이 삼투압 부족과 관련이 있다면 어떤 병이든 소금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만병통치약은 그 쓰일 조건을 명확히 알고 쓸 때에 진정 만병통치약이 되는 것이다.
김종열/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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