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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7 17:29 수정 : 2008.12.17 17:29

[매거진 esc] 여기자K의 숨기고 싶은 인터뷰

여기자 k를 인터뷰하기 위해 만난 시각은 토요일하고도 밤 10시. 신문사 근처 식당과 술집도 조용히 문을 닫는 주말 밤 그녀를 만난 이유는 불철주야로 취재에 매진하는 여기자 k가 그날도 바쁘게 일을 해야 했던 탓이다. 10시10분경 마포 유흥가 호프집 문을 열고 환한 얼굴의 여기자 k가 들어왔다. 취재는 잘됐냐고 인사하니 “예, 기자들이 전에도 몇 명 왔는데 저처럼 열심히 취재한 기자는 처음 봤다고 하던데요, 하하!” 밝게 대답한다. 기사는 언제쯤 볼 수 있냐고 물었다. “음…근데 기사가 안 될 것 같아요.” 그렇다. 여기자 k가 바쁘게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esc〉: 여기자 k 칼럼의 반응이 기대보다 매우 뜨거웠다. 직접 느꼈던 인상적이었던 반응은 어떤 게 있나?

K: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주요 일간지 논설위원 선배가 밥을 사고 싶다고 하셨는데 논설위원이 아니라 수습기자였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얼마 전에는 인턴기자로 들어온 친구가 여기자 k를 보고 싶어한다고 전해들었다. 남자 인턴이었으면 당장 달려가 밥을 사려고 했지만 여자라는 말을 듣고 그냥 잊기로 했다.

〈esc〉: 칼럼에서는 늘 실수하고 잘못한 이야기를 쓰지만 함께 일했던 타 언론사 기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유의 친근함과 편안함으로 취재원들에게 다가가 은근히 단독기사도 많이 썼다던데?

K: 정말인가? 너무 은근해서였는지 그런 게 있었는지 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esc〉: 기자 생활을 10년 가까이 했는데 특종상 같은 상을 탄 적은 없나?

K: 오래전에 딱 한 번 탄 적이 있다. 말하자면 언론사의 획을 긋는 의미있는 기획으로 아주 큰 상을 탔다. 그런 상은 조금이라도 기여한 사람들이 모두 타기 때문에 기획 시리즈 가운데 달랑 한 꼭지를 쓴 나도 여러 수상자 중 하나로 이름이 올랐다. 그런데 그중 내가 쓴 기사에만 잘못된 팩트가 하나 들어가서 정정보도를 했다.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뭐, 그 기획의 유일한 오점을 남겼다고나 할까.

〈esc〉: 그럼 본인이 자부하거나 보람을 느꼈던 기사는 없었나?

K: 강달님이라는 트로트 가수를 취재한 적이 있다. 가요계의 여기자 k라고 할 수 있는 분인데 ‘님 실은 페리호’라는 첫 음반을 야심차게 출시했을 때 서해안 페리호 침몰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앨범이 묻혔다. 기획사 사장이 옥탑방에 사는데 거기 아래층의 돼지갈빗집 주인이 뮤직비디오를 찍어줬다. 노래방 기계 틀어놓고 하루에 10개씩 만드는데 팬이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오기도 하고. 어쨋든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나만의 특종이었다. 돼지갈빗집 주인이었던 뮤직비디오 감독님과 함께 먹었던 갈비와 복분자주 맛도 잊을 수 없다. 이 기사와 함께 당시 팀장이 ‘궁상 3부작’이라고 일컬었던 오브리 밴드 등의 기사들을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esc〉: 기사에 대한 반응이나 댓글을 예민하게 신경쓴다고 들었다. 기사에 악성 댓글이 달렸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나?

K: 오래전 기사에 대한 비난성 메일을 받았다. 기분이 우울해서 답장을 보냈다. 저는 기자 할 능력도 가치도 없는 인간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참 스스로도 한심하고 막막하다, 그랬더니 다시 이런 답장이 왔다. ‘기자님 힘내세요! 이런 작은 실수를 알아보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평소에 까칠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거든요. 화이팅!’

〈esc〉: 여기자 k의 꿈은 무엇인가?

K: (매우 강한 어조로) 나도 특종하고 싶다!!! 특종으로 큰 상을 받아서 신문에 아주 똑똑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이 실렸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평양에 가서 특종을 하고 싶다

〈esc〉: 왜 평양인가?

K: 그냥, 있어 보이니까….

〈esc〉: 일을 벗어나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건 없나?

K: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정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다.

〈esc〉: 왜 리우데자네이루인가?

K: 그냥, 있어 보이니까….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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