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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8 18:36 수정 : 2008.12.19 09:25

2003년 9월4일 당시 민주당 당무회의를 보도한 본지 지면. 문팔괘 여성특위 부위원장이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를 뒤로 잡아당기는 사진이 실려 있다.

[뉴스 쏙]

민주당 분당 촉발 `문팔괘 사건’ 당사자들
“그땐 내가 얼결에…” 식혜 나누며 손잡아

지난달 23일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이 서울 영등포 당사 2층 회의실을 찾았다. 검찰의 구속영장 집행에 불응하며 당사에서 농성하던 김민석 최고위원이 법원으로 나가기 하루 전이었다. 지지 농성을 하는 당원들을 격려하던 이 사무총장이 뜻밖의 얼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는 일흔다섯 할머니 당원의 빈 컵에 식혜를 채워주며 조심스레 “선배님”이라고 입을 뗐다. “너무 고맙고, 수고 많으셨어요.” 할머니 당원도 이 사무총장의 컵에 식혜를 따랐다. “그땐 …. 내가 얼떨결에 그랬어요. 고마워요.” 가느다란 두 손이 포개졌다. 그 손 위로 당원들의 박수 소리가 내려앉았다.

‘그때’란, 2003년 9월4일, 그러니까 민주당 개혁을 주장하며 신당을 추진하던 신주류와 이에 반대하는 구주류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하던 때다. 그날 당무회의장은 ‘쪼개지는 집안’의 가세를 보여주듯 양쪽 당직자들의 욕설과 몸싸움으로 난장판이 됐다. 그러던 중, 의자에 앉아 있던 신주류쪽 이미경 의원이 머리를 잡혀 몸이 뒤로 젖혀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의원의 머리를 잡아 낚아챈 이는 당시 일흔살이던 구주류쪽 문팔괘 여성특위 부위원장이었다. 서울시 의원까지 지낸 문씨는 ‘그를 아느냐, 모르느냐’로 민주당 당원을 골라내는 잣대가 될 만큼 민주당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걸어간 당의 역사와 동행한 열성 당원이다.

문씨가 이 의원의 머리채를 끌어당긴 불과 ‘1초의 사건’은 당쇄신으로 부닥치던 신당파와 민주당파가 ‘파혼’하는 ‘감정적 도화선’이 됐다. 이 사건 당일 31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탈당계를 냈고, 분당을 막던 김근태 당시 고문도 3일간 단식농성 뒤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사망했다”며 신당에 합류했다.

그렇게 ‘민주당-열린우리당’으로 찢어지면서 멀어진 이 의원과 문씨가 5년여 만에 김민석 최고위원 농성장에서 마주한 것이다. 이 의원은 당 사무총장으로 농성의 당 책임자였고, 문팔괘씨는 구 민주계 여성당원 봉사단체인 ‘비둘기회’ 상임고문 자격으로 현장을 지켰다. 이들의 만남은 올해 신·구 민주계가 ‘한집’으로 합당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 사무총장은 최근 문씨와 만난 사실을 밝히며 “이제 둘이 화해를 했다”며 웃었다. 문씨도 “여성이 4선 의원을 하고 사무총장까지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직접 말은 못했으나 이미경 의원이 그래서 당당해 보이고 자랑스럽다”며 “우리 둘도 손을 잡았듯 통합한 민주당도 더 단결해 내년 재보선과 내후년 지방선거에서 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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