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29 19:47
수정 : 2008.12.29 19:47
해마다 이맘때면 ‘새해에는 꼭 몸무게를 줄여야지’ 또는 ‘담배를 꼭 끊어야지’ 같은 다짐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40~50대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중년은 건강 면에서 인생의 변곡점이다. 직장에서는 진퇴의 기로, 위로는 노쇠해 가는 부모님, 아래로는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을 보살펴야 할 힘겨운 시기다.
<황제내경>을 보면 남성은 32살에 근육과 뼈가 가장 튼튼하고 살이 가득 붙으나 40살부터는 기력이 쇠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따라서 40대부터는 어떻게 하면 최대로 올라온 건강 상태의 부서짐을 최대한 늦춰 급격한 무너짐을 막을까 고민해야 한다. 그 비법은 땔감과 불꽃을 얼마나 오래 보존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땔감이란 우리의 몸이고, 불꽃은 그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다. 건강을 잘 유지하는 방법은 이 땔감을 활용해 불을 잘 피우는 요령에 빗대어 설명해 볼 수 있다. 불꽃의 크기를 잘 관리해서 최대한 오래 불이 잘 피어나도록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중년이면 어느 정도의 돈, 권력이나 명예를 거머쥔다. 이때 그것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데 다 써버리는 것은 모닥불을 활활 태워 일찌감치 땔감이 바닥나게 하는 것과 같다. 입맛이 좋아져서 음식을 마구 먹는 것, 저녁마다 술과 고기로 포식한 채 잠이 드는 것, 너무나 많은 말을 상대에게 쏟아부으면서 만족을 얻는 것 등이 몸을 활활 태우는 일로서 경계할 것들이다.
선가(禪家)에 ‘부득이 당연한 일에 감각기관을 운용하는 것도 오히려 존절히 하려든, 하물며 쓸데없는 망념의 등불을 주야로 계속하리오’라는 말이 있으니, 이는 단순히 절에 다니는 사람들만 주의할 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몸을 보존하려 할 때에 명심할 생명의 원리일 것이다.
이런 조절을 하지 못하고 도를 넘어설 때 몸은 빠른 산화의 길을 달려간다. 에너지를 저장하지 못하고 무한정 피에 쏟아 혈당을 높이는 당뇨, 과도한 이동량을 이기지 못해 도로가 막히고 에너지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동맥경화, 중풍, 고지혈증 등 각종 심장 및 혈관계 질환, 과도한 음식으로 우리 몸의 화학공장이 무력화되는 간 질환 등이 이런 원리로 생겨나는 것이다.
이율곡 선생이 <건강십훈>에서 적게 먹고, 적게 생각하고, 적게 욕심내고, 말도 적게 하라는 등 항상 ‘적게’를 강조한 것도 ‘생명활동의 절제’를 말한 것이다. 세계경제도 과소비, 과성장을 강요해 온 금융 시스템의 고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과한 사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건강을 얻는 길은 없을 것이다.
김종열/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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