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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연립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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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여기 잃어버린 10년을 찾겠다는 인간이 또 있다. 주식으로 장인이 해준 재산을 홀랑 말아먹고 서울시 은평구 황금동 연립주택으로 이사 온 대장항문외과 의사 김팔봉이다. 부자 망해도 3년 간다고, 3층에 지하와 옥탑까지 합쳐 다섯 가구가 사는 연립의 집주인으로 들어왔다. 김팔봉은 <사루비아>의 오영진 작가가 그린 <수상한 연립주택>(창비)에서 모든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잘못은 제가 해서 잃어버린 세월을, 남들 짜내서 채워보겠다고 연립을 ‘접수’하자마자 세입자들의 신원조사에 나선다. 적당히 보증금 올려 받고 살다가, 재개발이 확정되면 보상 받아 ‘인생역전’ 하려는 속셈인데 …. 영복이라 부르는 똥개와 함께 지하에 사는 할머니, 여고생 딸과 단둘이 사는 밤무대 가수, 요리가 취미인 1층의 남자 전업주부 오공식, 2층의 자영업자 박 사장, 옥탑에 사는 고시생 국판이까지,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말도 안 듣는다. 이 ‘수상한’ 세입자들에게 김팔봉이 휘두르는 가장 효과적인 한마디는 “방 빼!”다. 물정 모르고 탐욕스럽기만 했던 김팔봉은 금세 세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가장 절실해하는 것들을 채찍과 당근으로 삼아 ‘리더십’을 회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황금동 재개발이 확정되고, 김팔봉의 마음은 두둥실 떠오르는데, 또 하나의 시련이 찾아온다. 연립 앞 고목에 살던 비둘기들이 멸종 위기에 놓인 세계적 희귀 조류 ‘황금비둘기’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 수상한 연립주택 주변은 희귀조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재개발은 무기한 연기된다. 이 만화는 재개발, 환경 파괴 등 최근 이슈를 충실히 따라가며 재현한 한국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다. 집주인이 누구인지, 주인마누라와 ‘붙어먹는’ 고시생이 무얼 뜻하는지,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현실에 없는 시원한 반전도 기다리고 있으니, 멀쩡한 강 파헤친다고 언 땅에 삽질 시작한 거 보고 화병 도지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김송은/만화전문지 <팝툰>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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