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신년특집 한복여행단 고! 격투기 출전 큐!
괜찮아, 잘 될거야♬ 2009년 50인이 꿈 꾸는 첫경험
“격투기 출전, 말리지 말란 말이야~”
2009년은 나 김남훈이 ‘출시 36주년’을 맞는 해다. 이제 청년을 넘어서 점차 ‘나이스 미들’을 향해 가는 이즈음,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세 가지 있다. 먼저, 종합격투기 경기에 나가 보는 것. 프로레슬러로서 활동을 하고 격투기 해설도 하고 있지만, 진짜 내 신체적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고 싶다. 사실 지난해 여름에도 일본 격투기 단체에서 출전 제의가 왔지만, 내가 해설을 하고 있는 방송사에서 결사반대를 외쳐 무산되고 말았다. 두 번째는 경영학석사과정(엠비에이)에 들어가는 것이다. 몇 해 전 경영학과에 편입해 올해 졸업을 한다. 올 하반기부터는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 프로레슬러 출신 엠비에이! 뭔가 있어 보이지 않나? 마지막 하나는 10년 전쯤 해봤던 모터사이클 전국일주를 다시 해보고 싶다. 그때 폭풍이 몰려오던 동해안 정동진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파도를 연신 맞아 가죽점퍼가 헐어버리고 말았는데 장롱 안에 있는 그 점퍼를 볼 때마다 다시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김남훈/수퍼액션 유에프시 해설위원·프로레슬러
“판타스틱 제주의 맛 느껴볼래요”
한국에 온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처음 도착했을 때 ‘한국 문화에 대해 공부하겠다’는 욕심과는 달리 레스토랑 개장과 연말 행사로 시간 여유가 없었다. 2009년엔 시간 여유가 있다면 여행을 통해 한국 문화에 좀더 다가가고 싶다. 무엇보다 다들 “환상적”이라 표현하는 제주도에 꼭 가고 싶다. 기후가 다르기에 그곳에선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퀄리티의 재료를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전통 도자기나 한옥, 지방의 고유 특산물, 특히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좋은 품질의 재료를 생산하는 작은 농가를 찾아가 새로운 요리 개발의 소재로 삼고 싶다. 반대로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최상급의 식자재들, 예를 들어 횡성 한우 농장을 방문해 한우들이 어떤 방식으로 길러지는지 알고 싶다. 또 설악산 등 한국의 산에 오르고 싶다. 아마 프랑스와는 또다른 멋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제롬 후아/롯데호텔서울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요리사
“경치와 와인의 마리아주 개발!”
맘 같아서는 백두산이나 한라산 정상에 서서 새해 처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샴페인 한잔…하고 싶지만, 아쉽게나마 가까운 아차산 정상에 서서 샴페인을 한잔하며 새해 다짐을 하고 싶습니다. 요즘 샴페인 맛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샴페인과 굴이 정말 잘 어울리거든요. 저희 시골집이 굴 양식 하는 곳이라 지난달에 작은아버님 뵈러 들렀다가 바다에 굴 따러 갔거든요. 바다 한가운데서 먹는 신선한 굴과 샴페인!! 그 환상적인 맛을 잊을 수 없네요. 이렇듯 2009년에는 ‘키친’레스토랑 안에서 손님들께 와인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안내해야겠지만, 정말 경치 좋은 곳을 열 군데 정도 선정해 놨다 찾아다니며 그곳 음식과 어울리는 좋은 와인 한잔과 계절 안주를 맛보며 마리아주(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가리키는 말)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1월에는 용평 스키장 정상에서 마시는 샴페인!
테리 김/W서울워커힐호텔 키친 소믈리에
“중동 여행에서 현지 맛의 진수를”
2009년의 꿈은 단연 세계로의 여행이지요. 미국에서 맛보았던 중동 지방의 음식을 맛보고 싶습니다. 십자군 전쟁을 통해 프랑스군이 중동에 주둔하며 맛본 음식들은 프랑스의 식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저는 프랑스 요리에 영향을 준 중동 음식 본연의 맛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풍토를 느끼기 위해서라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이유는 더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거위 간 요리가 세계 최고라 자부할 수 있다”던 요리사가 있었거든요. 그것도 맛보고 싶고요. 두 번째는 말레이반도 일주! 말레이반도 지역은 종교에 따라 음식이 바뀝니다. 지방마다 음식과 문화를 꼭 체험하고 싶습니다. 길게 난 반도를 따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을 두루 다니면서 말이죠.
김신/레스토랑 올리브 앤 팬트리 요리사·방송 푸드스타일리스트·외식 컨설턴트
“아들과 함께 걷는 인도”
아들과 함께 인도를 걷겠다. 일제고사 아니면 닌텐도 디에스(DS)에 빠진 우리 아이들. 우리 아이는 아슬아슬한 세계경제의 줄타기 뒤의 다음 세대다. 아들은 무엇을 보고 느껴야 할까? 한 달짜리 해외 영어연수 혹은 방학 특강 학원? 인도는 세상의 모든 여행자들의 첫 여행지 혹은 마지막 여행지가 되고자 하는 곳이다. 물질의 풍요와 시간전쟁에 길들여진 한국과 정반대인 나라 인도에서 그렇지 않은 ‘첫 경험’을 하고 싶다. 세상의 광폭을 아들과 함께 걸으며 함께 느껴보고 싶다.
김형렬/호텔자바 기획이사
“기타로 딱 한곡만 연주하련다”
10년 전에 부모님 몰래 기타를 배운 적이 있다. 기타를 살 엄두도 못 내서 매일 한 시간씩 한 달 동안 강습만 받았다. 딱 한 달이라 제대로 끝까지 치는 게 없었다. 10년이 지나 무슨 바람이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12월에 통기타 하나를 덜컥 장만했다. 올해 하고 싶은 첫 경험은 그러니까, 부끄럽게도 딱 한 곡만 끝까지 기타 반주를 해보고 싶다는 거다. 열심히 ‘바위섬’을 연습하고 있다. 역시 F 코드는 힘들다.
서진/소설가
“한국시리즈에서 이종범의 홈런볼 캐치!”
아내와 난 잠실야구장 3루 쪽 외야석에 앉아 있다. 공장에서 길러 튀긴 닭다리를 뜯으며 한국시리즈 7차전을 본다. 9회말 만루. 어디서 많이 본 대타가 들어선다. 딱! 어… 정신을 차려보니 아내는 호탕하게 웃고 있고, 나~안, 치킨 상자를 들고 있을 뿐이고, 그 상자에 공이 날아왔을 뿐이고, 카메라는 나만 찍고 있을 뿐이고. 마지막 야구천재 이종범이 현역 은퇴를 앞둔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대타로 나와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결정짓는 한 방을 날린다. 타이거즈 원년 어린이 회원의 손에 그 공이 날아온다. 홈런 타자와 함께 삼성 마크 앞에서 사진도 찍고, 종범이 성 자서전 출간도 약속받아 대박을 예약. 야구공에는 2MB라고 적혀 있다. 2MB를 날려버릴 2G급 만루홈런을 첫 경험 할 2009년이 설렌다.
정철수/도서출판 이매진 대표
“기부와 봉사의 첫 테이프를”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이 마흔이 넘도록 기부와 봉사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김장훈이 어떻고 문근영이 저떻고’라는 뉴스를 듣거나, 연말 생선가게 할머니의 미담 등을 들을 때에도 슬쩍 귀를 막았던 것은, 나와는 다른 그들의 삶이 부러우면서도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고, 그걸 또한 따라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자기방어 기제도 작동했다. 이른바 합리화다. 뭐 가진 것이 있어야 남을 주지, 힘든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닐 텐데…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 어렵던 실존이라는 철학적 사유도 슬슬 쉽게 정리가 되고, 내 존재가 누구에게 어떤 의미인가 따위의 철든 생각도 문득문득 들면서, 최근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더라. “야! 만일 신이 있어, 신이 너를 만들었다면 먹고 싸고 놀라고만 만든 것은 아닐 거 아냐. 누군가에게 밀알까지는 아니더라도 겨자씨라도 돼야 죽을 때 씩 웃으면서 눈감을 거 아냐?” 그런데 이 착한 짓을 혼자 하자니 여전히 엄두도 안 나고, 해서 동지들을 끌어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운영자로 있는 ‘한량’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앞으로 우리 모임에서 번개를 하든 정기모임을 갖든 회비 2만원을 2만5천원으로 인상하는 건 어때? 그 5천원을 모아서 아프리카 난민 어린이의 양아버지 양어머니가 되는 거야. 어때, 좋지?” ‘도긴 개긴’이라고, 만날 술 마시고 놀면서도 가는 세월의 허망함과 소비하는 것에 대한 무상함을 느꼈던 동지들이라 이 제안은 단박에 받아들여졌다. 그러므로 나의 ‘올해 하고 싶은 첫 경험’과 ‘올해 반드시 하게 될 첫 경험’은 봉사다. 나도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일이다. 물론 떼거리 기차에 무임승차하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첫 경험이 중요한 법. 한번 하기가 어렵지, 하기 시작하면 단독 드리블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윤용인/노매드관광청 대표
“행동하는 여행 속으로”
지난해 시도했던 ‘첫 경험’ 몇 가지로 심하게 피를 봤다. 인세를 통째로 털어 부은 내 인생의 첫 펀드는 ‘수익률 -30%’라는 초현실적인 수치를 기록 중이고, ‘길 위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가 보자’고 용기백배했다가 장렬히 패배, 기력을 회복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2009년의 첫 경험’을 시도할 용기가 날까마는 그래도 새해니만큼… 작년의 실패를 교훈 삼아 물질적 시도에서 정신적 영역으로 이동해야겠다. ‘2009년의 첫 경험’은 ‘행동하는 여행’ 속으로 뛰어들기. 무대는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 : ‘낙원’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한 오키나와에서 주민들과 미군기지 철폐운동을 하며 머무르기, 홋카이도의 정신장애인 공동체 ‘베델의 집’에서 내 안의 편견과 장애, 차별을 인정하는 시간 갖기.
김남희/도보여행가
“지리산에서 리부팅하리라”
몇 차례 암 수술 하고 이제는 절간 소임도 물리치신 스님이 한 일년 여행이나 다녀야겠다며 지리산 마천에 있는 토굴을 맡기셨다. 이 집은 다른 건 몰라도 구들 하나는 최고다. 하루에 네다섯 개 장작만 밀어 넣어도 방이 지글지글 끓는다. 마당 한쪽에는 석간수가 나오고 뒤뜰에서 산길로 이어지는 호젓한 산책로가 있다. 물 맑고 걷기 좋은 한적한 곳, 말하자면 단식하기 딱 좋은 집이다. 그간 여기저기 여행 다니면서 세상의 화학조미료는 다 먹어 봤고 가끔씩은 풍토병을 앓기도 했지만, 나는 늘 잘 회복되었고 그때마다 호기롭게 말하곤 했다. “씻으면 새 몸이지 뭐.”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씻어도 새 몸이 아니란 걸 절감한다. 나도 이제 마흔이다. 그 전에 몸을 한번 툴툴 털고 리부팅하고 싶다. 그 와중에 텃밭에는 똥거름 열심히 해서 집채만한 호박도 거둬들이고.
유성용/여행생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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