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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 컴포트 푸드, 빅3의 귀환… (※ 사진을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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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에서 엔터테인먼트까지, 2009년에 꼭 알아야 할 esc 트렌드 열쇠말 100을 읽는다
| 여행 |
1 도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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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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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행의 화두는 걷기가 될 것 같다. 유럽발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걷기 열풍은 한국판 장거리 뚜벅이 길인 제주 올레와 지리산길을 탄생시켰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에 이르는 순례자의 길. <연금술사>의 파울루 코엘류와 도보여행가 김남희, 가수 박기영의 발에 물집을 새겼던 이 길은 현대문명의 속도를 성찰하고 자신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은 서명숙 제주올레 대표와 올레꾼들은 제주의 골목(올레)을 누비고 다니며 지난해까지 열한 코스를 일궜다. 제주올레는 제주 동부 성산에서 시작해 남원, 서귀포, 중문을 거쳐 지금 서해안을 따라 북상 중이다. 지리산을 에둘러 가는 지리산길(trail.or.kr)에도 사람들이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전북 남원 산내에서 경남 함양 마천까지 두 구간이 뚫렸고 앞으로 지리산을 한 바퀴 돌 예정이다. 이밖에 인천 강화도의 강화올레와 시범답사가 이뤄진 한강에도 발길이 잦아질 것 같다.
2 책임여행
책임여행은 자연은 물론 사람에 대한 책임을 중시한다. 자연친화적인 에코투어와 볼런투어리즘(자원봉사여행)은 물론 대자본 대신 지역경제를 돕는 여행방식이다. 다국적 체인 호텔보다는 민박집을, 패밀리레스토랑보다는 지역음식점을 이용한다. 여행단체 이매진피스가 2년째 공정여행 축제를 열었고 아름다운재단도 책임여행 캠페인을 벌이는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행의 윤리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다.
3 고품격 전국일주
럭셔리 전국일주가 인기를 더해갈 것 같다. 하나투어와 롯데제이티비(JTB) 등은 고급 호텔과 식당, 리무진버스 등으로 구성된 30만~90만원대의 2박3일~6박7일의 전국일주 상품을 내놓아 꾸준한 호응을 얻었다. 이에 힘입어 다른 여행사에서도 관련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해외에서 저렴하게’가 아닌 ‘국내에서 호화롭게’가 기본 콘셉트. 경제력 있는 중장년층이라면 주시해 보시길.
4 제주도
한 해 제주도 방문객이 6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주 여행객은 7% 늘어 580만명이었다. 제주도의 인기는 내국인이 주도했다. 특히 레저·스포츠 목적의 관광객이 두 배쯤 늘어 그린피 인하 등 ‘골프 특수’ 덕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국외여행 심리 위축으로 올해도 제주도 가는 사람은 많아질 것이다. 제주시내 컨벤션센터에 내국인면세점이 새로 설치되는 등 여행하기도 편리해진다.
5 오픈스카이
하늘길이 넓어진다. 국토해양부는 운항 도시, 횟수의 제한 없이 양국간 항공 운항을 자유화하는 오픈스카이(항공 자유화)를 확대할 방침이다. 오픈스카이 시장에서는 항공편이 많아지고 항공료가 저렴해진다. 지난해 말 캐나다와 합의된 오픈스카이가 시행돼 만성적인 좌석난을 겪은 인천~밴쿠버·토론토 구간이 한결 편해진다. 대한항공은 밴쿠버를 매일 운항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신규 취항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2010년 완전자유화를 목표로 추진되는 한·중·일 오픈스카이도 속도를 낸다. 특히 중국은 산둥성, 하이난섬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됐으나 올해 추가 협상에서 많은 지역이 추가될 것 같다.
6 유류할증료
여행비 계산하기가 복잡해졌다. 항공 유류할증료 때문이다. 지난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에도 유류할증료가 도입됐고, 유럽·미주 등 장거리 노선의 유류할증료가 50만원을 넘으면서 ‘배보다 배꼽이 큰’ 항공권이 나오기도 했다. 유가 하락에 따라 이달부터 유류할증료가 내렸지만, 지난해처럼 유류할증료는 등락폭이 클 전망이다. 유류할증료는 연중 수시로 바뀌므로(매달 초가 변경 시점이다), 항공권 구입 시점을 조정해 비용을 아끼시길.
7 플라이앤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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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앤드라이브.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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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시대가 저물고 자유여행이 주류로 떠오르는 게 여행시장의 큰 흐름이라면, 자유여행 트렌드의 핵심은 렌터카 여행이다. 플라이앤드라이브(fly & drive)는 목적지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뒤, 렌터카를 이용해 주변을 둘러보는 여행 방식. 미국 캘리포니아와 캐나다 로키 등 대표 코스들은 이미 여행 고수들이 섭렵했고, 최근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관련 상품이 왕성하게 개발되고 있다. 유럽은 한 달 정도의 장기 렌터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8 미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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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 뉴욕관광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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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미국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시행돼 미국 방문이 한결 쉬워졌다. 하지만 경제 불황과 환율 상승 등 악재 때문에 미국 여행 붐이 얼마나 일지 주목된다. 일단 미국 가는 길은 넓어졌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중단했던 인천~라스베이거스를 재운항하기 시작했고, 인천~워싱턴·샌프란시스코도 매일 운항 체제로 바꿨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천~시애틀·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를 증편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국정감사 답변서에서 비자면제 프로그램 시행 뒤 미국 방문 한국인이 올해 20% 늘어나 100만명 안팎, 2011년에는 16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서부·동부 7~8일’ 같은 전통적인 패키지보다는 친지 방문, 단기 출장 등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자유여행부터 늘 것으로 예상된다.
9 하와이
올해 뜨는 휴양지로 주목된다. 동남아를 찾는 신혼여행자들이 하와이로 발길을 돌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이 가족 휴양지로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한항공이 매일 운항 체제로 들어가고, 하와이안항공 등 직항 개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비자면제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 지역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지만, 역시 환율 상승과 고유가가 변수다.
10 인도차이나
경제위기와 환율상승으로 장거리 여행은 부담스럽다. 그 대안으로 단거리 여행지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도차이나가 떠오를 듯하다. 아직 라오스와 캄보디아, 버마(미얀마) 등 ‘미발견지’가 남아 있고, 정세가 불안한 타이 여행자들도 인도차이나로 발길을 돌릴 것 같다. 지난해 환율상승 여파 속에서도 베트남 방문 한국인은 전년 대비 10%가량 늘었다.
11 모노 데스티네이션
한 국가나 지역을 깊이 있게 여행하는 모노 데스티네이션(mono destination) 여행이 늘어난다. 그동안 장거리 여행지는 ‘평생 한 번 가볼 만한 곳’으로 인식돼 여러 나라를 묶어서 파는 패키지가 잘 팔렸다. 터키·스페인 여행이 모노데스티네이션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유럽 5개국 일주’ 같은 여행 콘셉트는 배낭여행을 제외하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2 갭 이어
정형화된 80년 인생 중 1~2년 틈을 내보는 건 어떨까? 원래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한 해를 일컫는 말. 유럽에서 젊은이들은 갭 이어(gap year)를 내어 아시아로 장기 배낭여행을 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한국에서도 20~30대 여성들이 전직 기간을 이용하거나 40~50대 가장이 안식년이나 휴직 기간을 이용해 갭 이어 여행을 하는 이가 늘어난다.
13 워킹홀리데이
‘워홀러’(워킹홀리데이 여행자)의 천국이던 오스트레일리아뿐 아니라 캐나다·뉴질랜드도 워홀 쿼터를 늘리는 중이다. 일하면서 여행하는 워킹홀리데이를 각국 관광청들이 관광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실효성 여부를 두고 논란은 있지만, 한국 정부도 워킹홀리데이를 올해 취업난 대책으로 내놓았다. 미국에서 다섯달 동안 영어 연수를 받고 1년 동안 인턴으로 근무하는 웨스트 프로그램이 시행된다. 일본 워킹홀리데이 규모도 지난해 3600명에서 7200명으로 확대된다.
14 GPS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지도에 표시해주는 지피에스(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아이팟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에 탑재되고 있다. 이를테면 사진을 찍으면 촬영지의 위도·경도 정보가 저장된다. 여행은 공간 개념이 강한 놀이다. 지피에스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구글맵, 디지털카메라와 연동되면 단순한 여행도구를 넘어 블로그에서 새로운 놀이수단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15 룩앤북
검색(look)해 보고 즉시 예약(book)한다는 뜻. 실시간으로 잔여 객실·항공권 등을 본 뒤 바로 최종 예약이 이뤄지는 형태로 진화된다. 호텔·항공뿐만 아니라 원데이 투어, 렌터카, 크루즈, 골프까지도 한 번에 예약이 가능해질 것이다. 새로운 사용자환경을 갖춘 사이트들의 등장도 예고된다.
16 mp3 가이드
엠피3(mp3)을 들으며 뉴욕 맨해튼을 산책한다? 귀에 들리는 건 음악이 아니다. ‘두 번째 블록에서 우회전하라’는 길 안내와 여행 명소에 대한 설명이 들린다. 그것도 뉴요커 소설가 폴 오스터의 목소리라면? 헤드폰을 끼고 박물관을 관람하는 방식이 여행으로 확장된 양상이다. 뉴욕 가이드를 담은 사운드워크(soundwalk.com)를 비롯해 투어캐스터(tourcaster.com), 워크토크 투어(walktalktour.com) 등 이런 여행 가이드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많아지고 있다.
17 광폭 슬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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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폭 슬로프. 보광휘닉스 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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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너비 100미터 이상의 스키장 슬로프를 말한다. 넓은 회전반경이 필요한 스노보드가 열풍을 일으킴에 따라 광폭 슬로프가 대세가 되고 있다. 스키 초보자들에게도 ‘운신의 폭’이 넓은지라 환영받는다. 지난달 개장한 곤지암리조트를 비롯해 스키장들이 광폭 슬로프를 도입하고 있다.
18 자전거전용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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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전용도로.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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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자전거전용도로가 대폭 확충돼 자전거 출퇴근이 편리해진다. 서울시는 올해 청계천로~천호대로(20㎞)를 완공해 자전거를 타고 도심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도곡로~삼성로~개포로(6.2㎞)를 개통해 강남의 동서축을 달릴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12년까지 207㎞의 자전거전용도로를 지을 예정이다.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함께 사용하는 ‘무늬만 자전거도로’가 아닌 도로를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에서 출발한 진짜 자전거전용도로다. 서울의 자전거 문화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19 벨리브
그동안 자전거여행은 체력·극기·모험의 이미지와 결부됐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벨리브’ 열풍은 자전거여행의 이미지를 도시·쇼핑·단순한 이동수단으로 바꿔놓고 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한 뒤 시내 곳곳에 위치한 공용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벨리브 시스템은 ‘자전거 도시여행’의 문화를 일궜다. 벨리브 여행 안내서와 지도 등이 판매되는 등 파리 벨리브 여행은 트렌드가 됐다. 파리의 성공에 힘입어 벨리브는 유럽으로 확산됐고, 한국에서도 서울 일부 지역과 대전, 수원 등에서 앞다퉈 벨리브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20 소형차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예상됨에 따라 소형차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급 세단이 잘 나가는 북미 시장도 작은 차에 관심을 가질 정도. 도요타는 최근 최소형 승용차 아이큐(iQ)를 내놓았다. 길이는 3미터밖에 안 되지만, 어른 네 명이 타는 리터당 23㎞의 고효율 차다. 폴크스바겐이나 혼다처럼 ‘품질이 좋으면서도 작은 차를 잘 만드는 자동차회사가 살아남는다’는 게 생존법칙으로 굳혀질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기아차의 모닝이 그동안 시장을 석권했던 쏘나타와 아반떼를 제치고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지엠대우가 올해 중순께 마티즈의 후속 경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21 오토캠핑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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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족.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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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새해엔 자가용 차량과 텐트를 기본으로 하는 국내 오토캠핑족이 늘 것으로 보인다. 고비용을 기본으로 하는 호텔, 콘도미니엄, 리조트 등보다는 최소비용으로 자연 속에서 머물며 즐기는 캠핑 형태의 여행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친환경 여행, 녹색 관광, 체험 여행 등 기존의 흐름과도 맞물린 가족여행 패턴이다.
22 아웃도어 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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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의류. 코오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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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침체되면 건강을 챙기려는 야외활동 인구가 늘어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아웃도어 의류 매장을 찾는 이도 늘 전망이다. 물론 관심 대상은 초경량 소재 등 고기능성 값비싼 제품보다 기본적 기능을 갖춘 값싼 의류들이다. 특히 평상시에도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간편한 일상복 차림의 의류가 선호될 전망이다. 활동성이 강화된 여성용·어린이용 아웃도어 의류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현시원 기자 qq@hani.co.kr
⊙ 도움주신 분들
최승표 <여행신문> 기자, 김형렬 호텔자바 기획이사, 배오미 앨버타주관광청 한국사무소장, 김우성
편집장, 김관미 한국관광공사 국내관광진흥팀 과장, 김창금 <한겨레> 기자, 최갑수 여행작가, 양문영 FnC코오롱 MPR팀 과장, 오진영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하우스맥주 전문점 오킴스브로이 하우스 브루마스터, 김신 올리브 앤 팬트리 요리사, 유용석 한국위스키협회 이사, 김성태 르네상스 서울호텔 한식당 사비루 주방장, 심정희 <에스콰이어> 패션에디터, 박기수 나폴레옹 제과점 부장, 와인나라 마케팅팀, 비비안,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강명석 <10 아시아> 기자, 이재성 <한겨레> 기자,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원종원 뮤지컬평론가, 이지영 음악 칼럼니스트, 김학선 <한겨레> 객원기자.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김현주 <코스모폴리탄> 부편집장, 이일우 작가 및 사진기획자 , 김영섭 <김영섭 화랑〉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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