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31 23:16
수정 : 2009.01.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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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하다 첫경험, 궁금하다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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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신년특집 한복여행단 고! 격투기 출전 큐!
괜찮아, 잘 될거야♬ 2009년 50인이 꿈 꾸는 첫경험
어릴 적 처음 자전거를 탔을 때의 기분을 기억하시나요? 신기하게도 몸의 균형이 잡히고, 자전거는 굴렁굴렁 굴러가고, 산들바람이 뺨에 스치던 첫 경험.
아직까지 하지 못했던, 그래서 올해는 꼭 해내고 말 당신만의 첫 경험은 무엇인가요? 글을 쓰던 건축가는 첫 건물을 짓고, 사진가는 한복여행단을 꾸려 외국에 나가 사진을 찍고, 극한을 탐험하던 스포츠맨은 남태평양의 밀림으로 날아가 공중다이빙을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말만 들어도 두근거리지 않나요? 〈esc〉가 질투 나는 첫 경험을 모아 봤습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도 새해에 해내고 말 첫 경험 목표를 정해 보세요.
그리고 또 하나. 지난해에 이어 2009년의 트렌드 열쇳말 100개를 뽑았습니다. 여행·사진·요리·패션·디자인·스포츠 등 일하는 것 말고 노는 것과 관련한 열쇳말을 모두 모았습니다. 열쇳말 선정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지난해와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보세요.
200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필경 바깥세상도 심란하고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을 한 해가 되겠지만, 처음 자전거 탄 그 순간을 잊지 마세요. 두근두근 일상을 위해 〈esc〉도 함께하겠습니다. 새해에도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동유럽 나치 캠프, 아프리카 침팬지 서식지…”
2009년은 여행 궁리로 분주할 심산. 한 달 이상, 제대로 된 여행 해본 지 어언 10년 넘어 영혼의 십이지장이 심히 마렵기에. 나날이 육덕지어 신체의 유선형화에 간단없이 이바지하고 있는 하복부가, 그 에어로다이내믹 임계치를 초과하기 전에 떠나도 떠나야 한단 경종도 울리고. 매일 아침 뉴스 일부 장식해 주시는 그분 얼굴은, 이젠 단 1초만 노출되어도 격하게 토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으니. 자, 어디로 가야 하느냐. ①동유럽 나치 캠프 순례 ②아프리카 침팬지 서식지 탐방 ③벨파스트 바스크 코소보 키프로스 제리코 (국제분쟁지) 순차 방문. 셋 중 하나로 낙찰 보기로. 남은 과제는 단 하나. 그럼 대체 경비는 어떻게 마련하느냐. 음… 일단 여기까지.
김어준/딴지 총수
“스페인 여행 전 언어 정비부터”

스페인어를 적어도 3개월 동안 공부하리라. 2010년 가려고 마음먹은 스페인 여행을 재미있게 하기 위한 준비다. 친구가 쓴 스페인 여행기를 읽으며 두 마디 외웠다. ‘우나 카페 콘 레체, 포르 파보르? Una Cafe Con Leche Por Favor.’와 ‘우나 모스! Una Mos.’ 이제 스페인에 가면 맛있다는 스페인 카페라테를 공손하게 주문할 수 있고 당기면 한 잔 더 먹을 수 있다. ‘올라’ 하고 인사를 건네며 주고받을 친근함을 생각만 해도 신난다. 내게 여행은 늘 낯선 이와 나누는 대화의 깊이만큼 기뻤다. 그리고 또 하나,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전문가에게 피부 관리를 받겠다. 1월 5일 첫 방문을 예약해야지, 당장.
김수진/아시아네트워크 대표
“비비 킹 할아버지, 젬 세션 콜?”

물론 새벽 세 시의 텅 빈 마트 주차장에서 친구들과 벌이는 카트 경주대회일 수도 있겠고, 전세계의 디즈니랜드를 순회하면서 전 어트랙션들을 다 타보는 호사일 수도 있겠다(단, 후자는
의 원고료가 파격 인상된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 허나, 언제든 가능한 그런 거 말고, 반드시 올해에 추구할 소망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비비 킹 할아버지의 공연을 보러 가는 일일 것이다. 비비 킹 할아버지, 올해로 벌써 여든넷 아니신가. 암튼 그 공연장에는 꼭 기타를 들고 갈 것이다. 그리고 공연 말미에 기습적으로 잼 세션을 청하는 거다! 그 장대한 복부 둘레가 보증하는 비비 킹 할아버지의 넉넉한 인품이라면 필시, 이 꿈도 야무진 팬의 택도 없는 소망을 허락해 주시리라. 뭐, 안 됨, 언제나처럼, 말구지만.
한동원/영화평론가
“만두 빚어 친구들 나눠주고파”
혼자 1인분의 식탁을 차리다 보면 다른 누군가에게도 맛보이고 싶다. 하지만 대단할 것도 없는 솜씨에, 일부러 손님을 청해 기대를 자아내고 면전에서 맛이 어떻다는 말을 듣는 절차는 과한 부담이다. 새해에는 우선 새로 이사한 동네 재래시장을 찾아 단골 가게를 만들겠다. 거기서 사온 숙주와 두부를 데치고 올이 고운 수건으로 물기를 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만두를 빚겠다. 꽁꽁 얼려 사람들에게 예닐곱 알 씩 나누어주겠다. 맛을 보고 실망하는 표정을 코앞에서 보지 않아도 좋으니 안심이다. 나누고 남은 만두는 간단한 국물만 보태면 나의 허기를 달래줄 것이다. 귀갓길에도 냉동실에 줄지어 선 아기 주먹만한 어여쁜 만두들을 생각하면 속이 절로 흐뭇할 게 틀림없다. 비단 만두 때문은 아니지만 3㎏ 아령 2개를 50회 들어올릴 만큼의 근력도 기를 작정이다. 손끝의 감각도 가다듬어 연필을 보기 좋게 깎는 법을 터득하고 틈틈이 손으로 글 쓸 기회를 만들겠다. ‘잘라내기’와 ‘붙이기’ 없어도 거뜬히 한 문단을 쓰는 박력을 꿈꾸며.
김혜리/<씨네21> 편집위원
“내 음악은 내가 만들련다”
작곡을 배우고 싶어요. 원래 여섯 살 때부터 고2 때까지 오랫동안 피아노를 배웠는데 그때는 너무너무 배우기 싫어해서 그렇게 오래 했는데도 지금까지 악보를 못 보거든요. 그래도 그때 배운 피아노 덕에 저도 모르게 리듬감이 생겨서 영화 편집 할 때를 비롯해 여러모로 도움이 됐어요. 그러면서 다시 음악에 관심이 생겼죠. 또 소리를 만들어내는 작업에도 흥미를 느껴 작곡을 배우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미쓰 홍당무>에서는 주제가와 삽입곡 ‘나도 공주가 되고 싶어’ 의 노랫말을 만들었는데 언젠가 제 영화에서 작사뿐 아니라 작곡까지 직접 해서 작품 안에 넣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재즈 연주곡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직접 연주까지 하면 근사하겠지만 가능할지는 글쎄…^^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작곡을 시작할까, 재즈 기타를 먼저 배워볼까 고민 중이랍니다.
이경미/영화감독 <미쓰 홍당무> 연출
“떠나자, 바이크 전국일주”
바이크로 전국일주를 하자! 올해 서른이 된다. 넉넉히 욕심을 부리고 아흔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목표의 3분의 1을 달성한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이제는 휴게소에 들어가 지도를 볼 때가 되었다. 동행이 생겼으니 계획도 함께. 여행을 떠난다. 기간은 한 2주 정도가 좋겠다. 자동차의 유리창 밖으로 밖을 보느니 차라리 웹으로 세상을 보리라. 동반자는 늘 바이크다. 갑자기 날아드는 바다의 짠 내와 바람의 온도 변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여과 없이 느낄 수 있다. 낯선 음식, 낯선 고장,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어볼 테다. 비도 맞고, 추위에도 떨면서 추억을 만들겠다. 뒤에서 나를 꼭 끌어안고 함께할 그녀와 나누게 될, 진지하고 순도 높은 대화가 될 것이다.
임유수/<스쿠터 앤 스타일> 편집장
“지키자, 1월3일까지만이라도”
새사람이 되기. 1월1일부터 미국 드라마도 끊고, 부모에게 자주 연락하고, 심지어 운동도 가끔 하는 새사람이 되겠다. 택시 덜 타고, 강의 준비 착실하게 하고, 경전을 많이 읽고, 되지도 않는 글은 그만 쓰련다. 세상을 너무 증오하지 말고, 자기혐오에서 좀 벗어나고, 심지어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나 보련다. 매사를 성의 있게 처리하고, 생각 좀 하고 사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지 않고, 고독을 잘 참고, 잘난 척하지 말아야겠다.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고, 거짓말 하지 않고, 평상심을 가지고 살아야지. 1월3일까지만이라도. 물론 이 중에서 가장 사소한 것 몇 가지 빼놓고는 대부분 지키지 못할 것이고(벌써 자기혐오가 시작된다.), 결심만으로도 벌써 피곤하다. 그래도 자랑스럽게 공표할 만한 구체적인 결심 한 가지는 있다. 진보신당에 입당하련다.
박찬경/미술작가
“나의 노이즈가 세상을 구원할까”
아오야마 신지의 <엘리 엘리 라마 사막다니>라는 영화를 본 다음날, 우연히도 국내에 6명뿐이라는 노이즈 뮤지션 중 둘과 잠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야, 이거 뭔가 있는데! 좋아, 2009년에 나는 음악을 한다. 두둥~! 컴퓨터에 마이크를 달고 되는 대로 녹음을 한다. 불법 다운로드 받은 음악 프로그램을 끄적거려도 본다. 에이, 그냥 내지른다. 장르도 없고, 개념도 없이… 가나다라마바사아, 어머니, 아버지~ 순영아, 다 내 잘못이다~ 은정아, 오빠가 그땐 미안했어… 선혁아, 선우야, 삼촌이 다음 크리스마스엔 꼭 선물 사 줄게~ 하지 못한 말들, 할 수 없었던 말들을 맘껏 지껄여 본다. 대충 5분 정도에서 순대 자르듯 잘라내어 블로그에 올리다가, 급기야는 앨범까지 만들어 버린다. 후후…. 어쩌면 새해엔 나의 음악이, 나의 노이즈가 세계를 구원할지도 모르겠다. 아님 말고.
김대중/만화가, 새만화책 공동 발행인
“번듯한 장편영화 찍을 테요”
2008년 회고부터. 생애 가장 바쁜 한 해였다. 칼럼 연재, 강의, 방송 진행, 단편영화 세 편 제작. 그 와중에 헌팅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나쁜 짓도 하고 후회도 했다. 아아, 그러나, 만나는 이마다 안부인사는 “아니 도대체 요새는 뭐 하고 지내?” 그렇다, 결국 영화감독은 개봉 여부에 따라 정체성이 규정되는 법. 새해에는 꼭 장편을 다시 만들어야겠다. 이미 전력이 있는데 그게 무슨 첫 경험이냐구? 초저예산도 고예산도 아니고 저예산으로 두 달 정도 찍는 영화. 나는 그간 3주 이상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다. 게 눈 감추듯 속전속결 찍는 초저예산의 묘미도 있지만 가끔 완보도 하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도 할 수 있는 그런 모듬의 서사를 올해엔 선보이고 싶다.
윤성호/영화감독·<은하해방전선> 연출
“그림여행에서 보내는 한장의 그림엽서”
미루어 놓았던 그림여행, 현재로 가는 그림여행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9년은 새로운 포부의 절반 이상을 단념해야 할 해일 것 같습니다. 앞 다투어 가느라 정신없었던 그간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싶습니다. 단 한 번을 만났어도 깊은 인상으로 재회의 기쁨을 맛보고 싶은 사람이 많습니다. 몹시 보고 싶었으나 새로운 사람 속에 밀려서 다시 보지 못한 사람도 꽤 됩니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향기와 빛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만나서 “당신의 색깔로 ‘무소의 뿔’처럼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 안되면 그 모습을 색으로 그릴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싶습니다. 2009년에는 되살릴 수밖에 없는 ‘청계천 판잣집들’과 ‘원색 옷을 입은 아이들’처럼 맑은 마음으로 입힌 그들의 그림엽서를 멀리서 띄우고 싶습니다.
이종걸/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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