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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떠나는 김현숙(48)씨. 사진 김현숙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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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떠나는 김현숙씨
중년 주부의 로망…뒤늦은 자아 찾기
실행에 옮겼을 뿐…혼자 밥먹기 중요
김현숙(48)씨는 ‘나홀로’ 여행족이다. 지난달 고3 수험생인 딸 세연이의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를 며칠 앞두고서도 짬을 내 5일간 제주 올레를 둘러보고 왔다. 쉰 살을 앞둔 주부가, 가족을 두고 훌쩍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2년 전부터 자신을 위한 소중한 여행을 실천해 왔고, 그 기록을 블로그에 담고 있다. 한국방송(KBS)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주인공 ‘김한자’처럼 휴식을 위한 일종의 안식년 개념의 ‘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홀로 여행이 대단한 것 같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가냐, 안 가냐’의 차이”라며 “무조건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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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두고 여행? 가냐, 안가냐의 차이. 사진 김현숙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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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린 시절 <엄마 찾아 삼만리>를 읽으며, 여행을 동경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여행을 꿈꿔왔다. 2006년 직장생활 은퇴를 선언한 뒤에야 그 꿈을 현실로 옮기는 일이 가능해졌다. 카메라가 그의 유일한 여행 친구다. “남편과 딸은 나름대로 바쁘고, 친구들과 여행 일정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만 남더라고요.”
올 2월 중국 서남부 윈난(운남)성을 혼자서 열흘 남짓 다녀온 뒤 그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인데, 무섭더라도 홀로 떠나는 도전을 해보는 게 좋아요. 혼자 다니는 게 겁나면 국내, 그것도 가까운 지역을 산책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혼자 밥 먹는 것조차 힘들다면 혼자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서 책을 읽는 등의 소소한 것부터 실천하세요.”
홀로 여행 계획을 세웠더라도, 가족의 동의와 배려, 경제적 뒷받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특히 주부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는 결혼 초부터 기회만 된다면 ‘훌쩍 떠날 테니, 혼자 밥하는 것 배워두라’고 가족들에게 공언해 왔다. 그럼에도 그는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10일치 밥과 세가지 국 냉동하기, 밑반찬 만들고 와이셔츠 10벌 다려놓은 것부터 챙겼다. 그는 “내가 없어도 집안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주부 스스로 ‘내가 없으면 집안 꼴이 엉망이 된다는 편견부터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경비는 능력껏 틈틈이 모아야 한다. 누구나 한 달 10만원만 모아도 1년에 1곳 정도 여행이 가능하다. 그의 열흘간 중국여행 경비는 100만원이 채 안 들었다.
혼자 하는 여행을 통해 김씨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자신의 인생과 가족의 소중함, 긍정적인 사고와 도전정신이다. 여행지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려 하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고, 여행할 지역을 먼저 다녀온 이들에게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
그는 딸이 대학생이 되는 올해, 6개월쯤 장기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친정 언니가 살고 있는 캐나다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중남미 지역을 돌고 올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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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두고 여행? 가냐, 안가냐의 차이. 사진 김현숙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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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김현숙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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