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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6 15:55 수정 : 2009.01.06 16:03

내 살림패턴에 맞춰 쓰면 ‘재무 블랙홀’에서 탈출

[생활2.0] 내 살림패턴에 맞춰 쓰면 ‘재무 블랙홀’에서 탈출

“안 쓰자니 불안하고, 써놓고 보면 우울하고.”

얄퍅해져 가는 지갑에 대한 위기감의 발로인가? 세밑새해 문구매장마다 가계부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가계부 쓰기를 조언해 주는 재무관리 회사들도 바빠졌다.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단으로 거의 반사적으로 가계부를 들추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무턱대고 쓰는 가계부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나한테 맞는 가계부가 어떤 건지 꼼꼼히 따져보고 찾아 써야 후회가 없다. 한번 작성하면 많은 품이 들기 때문에 다른 가계부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 나의 생활패턴에 맞는 가계부는 어디서 어떻게 찾을까?

가계부 쓰기 전에

전문가들은 기업이나 가정이나 재무구조가 위험해지는 건 결국 비슷한 구조라고 한다. 돈의 흐름이 복잡해지는데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재무 블랙홀’ 상태에서 빠져나오려면 수입과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주는 도구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가계부다. 가계부는 그 내용보다도 가계부를 쓰는 과정이 중요하다. 가계부에 숫자를 적고 있노라면 경제적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생긴다.

일단 가계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정의 재무건전성부터 따져보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매달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얼마이고, 빚은 얼마인지부터 기록해 비교해 보는 것이다. 대출이자가 월수입의 절반을 넘을 땐 위험신호다. 총체적인 진단을 원할 땐 전문 재무설계사의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온라인 가계부

가계부는 크게 온라인 가계부, 컴퓨터 문서 가계부, 수기 가계부로 나뉜다.


온라인 가계부는 쓰기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요즘 각광을 받고 있다. 단순 수입·지출 기록 외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기능들도 있어 잘 활용하면 재무설계에 큰 도움이 된다. 인터넷뱅킹을 통해 카드나 통장관리 내용을 내려받아 적용하면 온라인 가계부에 자동으로 등록이 되는 기능도 있고, 예결산 내용을 그래프로 살펴볼 수도 있다. 온라인 가계부를 쓰는 손병희(28·대학원생)씨는 “전체 자산에 대한 통계가 쉽고 복잡한 기능만큼 재미도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민번호, 거래은행, 통장 입출금 등이 함께 온라인상에 기록되는 만큼 정보보안성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켜고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로그인 절차를 거쳐야 쓸 수 있다는 번거로운 점도 있다.

온라인 가계부로는 모네타(moneta.co.kr), 머니플랜(webprp.com), 홈노트(homenote.co.kr)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도 새해부터 가계부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가계부를 쓰면서 사용자들끼리 내용을 공개하는 사이트도 있다. 서로 가계부를 둘러보고 충고를 해주는 식이다. 금융상품, 생활정보 등을 나눌 수 있고 절약비법을 공유하며 자극도 된다.

엑셀·수기 가계부
엑셀·수기 가계부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접근성이 좋은 가계부가 훌륭한 가계부”라고 말한다. 어디서나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면서 쉽게 펼쳐볼 수 있는 것이 최고라는 것. 아파트 현관문, 부엌, 책상 등에 작은 노트를 걸어놓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혼자 편하게 작성하고 싶다면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손으로 직접 기록하는 수기 가계부를 쓰자.

수기 가계부는 가장 익숙한 방식인데다 앞뒤로 페이지를 넘기며 비교해 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부피가 있고 항목을 첨삭하기 어려운 게 단점이다. 컴퓨터를 자유롭게 쓰는 이들은 엑셀 프로그램을 권할 만하다. 항목을 쉽게 첨삭할 수 있고 계산이 간편하다. 8년 동안 가계부를 써온 주부 신선희(38)씨는 두 가지를 병행한다. 평소 수기로 써놓았다가 월말에 엑셀 프로그램으로 결산한다. 그는 “생각보다 시간도 적게 걸리고 무엇보다 계산이 간편하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짜맞춤할 수도 있다. 맞벌이 주부 이아무개(39·회사원)씨는 남편의 통장을 ‘압수’해 본인이 체크한다. 엑셀 파일 한 장에 위아래로 남편과 자신의 수입·지출 내용을 관리한다. 남편 용돈을 따로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달 가정에 누가 더 경제적으로 기여했는지, 누가 더 반성하고 지출규모를 제한해야 할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한다.

단식·복식 가계부

가계부는 형태상 단식과 복식으로 나뉜다. 단식은 금전출납부식이다. 수입과 지출로 항목을 단순화해 현금 흐름을 보려고 할 때 좋다. 하지만 복잡한 문제들이 있다. ‘가’ 통장에서 ‘나’ 통장으로 이체를 하는 건 지출일까, 수입일까? 저축을 지출로만 잡는다면, 통장에 돈을 쌓아두고도 마이너스 결산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복식 가계부다. 복식은 재산변동이나 수입·지출의 유기적인 관계를 볼 수 있다. 예컨대 10만원을 은행이체했다면 단식은 출금으로 처리한다. 복식은 이체항목을 따로 기재할 수 있다. 물건을 살 때 단식은 지출로 처리하지만, 복식은 투자개념을 포함한다. 100만원짜리 컴퓨터를 샀다면 단식은 100만원 지출이지만 복식은 몇해 동안 사용할 투자개념으로 잡아 월 지출이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기록한다. 채권, 채무, 재산, 물품관리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복잡하기 때문에 가정에선 외면받아오다 최근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돈의 흐름을 볼 것인지, 투자개념까지 포함해 예산을 세울 것인지를 미리 정한 뒤 가계부를 선택하자.

예산을 꼭 세워라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흑자도산하는 것은 예산과 실행의 부조화 때문이다. 가계도 같다. 예산은 가계부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쓰다 보면 생각보다 의외의 씀씀이에 놀라기도 하고, 적은 지출에 안도하기도 한다. 그렇게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이 가계부다. 가계부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예산을 잡아놓는 것이다. 연, 분기, 월, 주간 예산을 잡아 실행하면서 틈틈이 확인하도록 한다. 가계부 쓰기의 성패는 사실상 여기에서 갈린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환경가계부도 있네

환경가계부도 있네
많은 가정에서 재산목록의 선두자리를 차지하는 자동차는 기름값 부담 때문에 굴러가는 것 자체가 돈이다. 부품 수도 많고 소모품 교체도 잦아 유지·관리비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자동차를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차계부를 적는 것이다. 차계부에는 주행기록과 주유비, 주차비, 보험료, 각종 관련 세금, 정비이력 등을 적는다. 계획적이고 합리적으로 차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차의 수명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공기청정기·타이어 공기압·점화플러그 점검 등을 제때 하면 연료비를 10% 정도는 줄일 수 있다. 연비를 높이면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줄어 환경에도 이바지하는 효과가 있다.

차계부는 수기 또는 엑셀 프로그램으로 작성하거나 내비게이션에 내장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도 있다. 기름을 넣거나 수리를 할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작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동차시민연합(carten.or.kr)은 차계부(발송료 본인 부담)를 무료로 보내 주는데, 차계부에 차량 관리에 필요한 갖가지 아이디어와 정보들이 많이 들어 있다. 온라인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기름값 비교사이트(oilpricewatch.co.kr)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전체 차종의 연비를 비교할 수도 있다. 이지데이(ezday.co.kr)는 온라인 차계부를 제공한다. 유류비·세차비·수리비·차량정보·주행일지 등을 관리할 수 있다. 온라인 가계부와 연동해 사용하도록 설계했다.

집안의 에너지 사용량을 알 수 있도록 한 환경 가계부도 인기다. 에너지시민연대(old.enet.or.kr)가 매년 발간하는 초록에너지 가계부를 쓰면 전기·수도·가스 요금 등을 한꺼번에 따져볼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쓰면 되기 때문에 작성하는 데 부담이 적다. 번거로운 것 같지만 이를 체크하면서 평소 낭비해온 수돗물이나 전기 등을 잡아냈다는 주부들이 많다. 전자우편이나 전화로 단체에 연락하면 1권을 무료(추가시 권당 1천원)로 받을 수 있다. 택배비는 주문자 부담. 에너지절약 100만가구운동(100.or.kr)에 가입하면 온라인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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