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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의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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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얼마 전 엠비시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은 제목대로 눈물나게 만들었다. 장엄해야 할 자연이 극도로 왜소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충격이 가시기 전에 도착한 <동토의 여행자>(샘터)에는 아직 힘을 잃기 전의 무서운 자연이 살아 있었다. 다니구치 지로의 신작 <동토의 여행자>는 자연에 대항하는 인간의 이야기 여섯 편이 실렸다. 표제작 ‘동토의 여행자’의 배경은 19세기 말, 캐나다와 알래스카 국경에 있는 유콘 강 유역으로, 남쪽 사람들이 사금을 뜨러 하나둘 몰려온다. 잭과 프레드도 그들 중 하나인데, 아직 금 채취 성과는 별볼일없고, 먹을 것은 떨어져 무작정 총을 들고 산으로 간다. 순록을 쫓다가 둘은 길을 잃는다. 얼어 죽기 직전 ‘무스 족’ 노인이 그들을 발견해 자신의 오두막으로 데려가 먹을 것을 주고 재워주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들의 숲에 백인들이 늘어났다. 인간의 욕심, 끝이 없다. 백인들한테 좋은 것, 우리한테는 좋지 않다. 노란 돌, 악마의 돌, 우리 삶을 위협하는 불길한 돌.” 사냥을 주업으로 삼아 살아가던 노인의 부족은 외부인의 출현으로 짐승이 줄자, 순록 떼를 따라 떠났고, 따라갈 힘이 없는 노인은 홀로 산에 남았다. 산의 정령을 만난 자는 산의 사람으로 되살아나 무스 백성을 굶주림에서 구원한다는 전설에 따라 남은 힘을 다해 무스 족의 수호신이자 산의 정령인 하얀말코손바닥사슴을 만나기 위해 산을 헤매고 있었던 것. 이 이야기는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한 <야성의 외침>을 쓴 소설가 잭 런던의 수첩에 기록되어 있던 초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작품의 마지막엔 ‘노인의 혼이 빙하의 산맥을 넘어 북녘 신령의 모습을 봤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의 오늘을 예견하는 인간의 탐욕이 시작되는 시점의 이야기라, ‘북극의 눈물-프롤로그’처럼 읽힌다. 만화전문지 <팝툰>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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