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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7 19:48 수정 : 2009.01.07 19:48

[매거진 esc] 하우 투 스킨십

워킹맘이라면 이해할 거다. 휴일이라고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걸. 주중에 아이에게 신경 못 쓴 걸 주말에 보상하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아이가 깨어나서 잠들 때까지 한 시간도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한다. 일단 내 경우는 주말과 휴일에는 아이를 돌봐주시는 아주머니가 외출을 하셔서 그렇다고 하겠지만,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신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거다.

지난 연말과 연초 남은 연차를 쓰느라 며칠 출근을 하지 않았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어도 어찌나 바빴던지. 아이의 동선에 따라 쉼없이 움직여야 했고, 가족 식사도 챙겨야 했으며, 밀린 집안 정리와 장보기도 끝내야 했던 그 시간 동안 한 해를 돌아보거나 신년 구상을 할 시간을 챙기는 건 역시 무리였다. 아이를 재우면서 옆에 누워 깜빡 졸았는데, 자면서 킥킥거리는 아이의 웃음소리에 눈을 뜨게 됐다. 온종일 엄마와 놀았던 게 신이 났던 모양이다. 이불을 덮어 주었더니 데구루루 굴러 다리를 ‘척’ 내 다리에 올린다. 가볍지만 묵직한 충만함, 이것만으로도 2008년을 마무리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연휴가 지나갔고 출근 전날이 되자 아주머니가 돌아오셨다. 며칠 동안 확인하지 않았던 메일을 정리하고, 업무 준비를 하다 보니 늦게 잠자리에 들게 됐다. 먼저 잠이 든 남편 옆에 가서 조용히 누웠는데, 들어오는 기척을 느꼈는지 몸을 뒤척이다 다리를 ‘척’ 내 다리에 올린다. 무겁지만 다정한 충만함. 딸의 다리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남편의 다리로 한 해를 시작하는 게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어떤 휴식, 어떤 신년맞이와도 바꾸고 싶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일단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다.

김현주/<코스모폴리탄>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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