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07 20:40
수정 : 2009.01.0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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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룹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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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KRUPS 와 함께하는 커피 사연 공모전
처음 그 냄새를 맡았던 것은 열 살도 채 안 된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른들을 따라 들어간 ‘약속 다방’. 좁은 나무계단을 행여나 굴러 떨어질까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올라선 그곳은 별천지처럼 보였다. 커다란 어항에 금붕어가 흐느적거리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아저씨들이 내뱉은 담배 연기 때문인지 다른 세상처럼 몽환적으로까지 보였다. 어른들은 주스를 내 앞에 내주고 당신들은 짙은 갈색빛이 나는 ‘그것’을 한 잔씩 차지했다. 갈색의 액체에서는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에 취해 나도 한입만 먹어 보겠다고 떼를 쓰자 누군가 “이건 애들이 먹으면 머리가 나빠져 바보가 되는 물, 커피”라고 했다. 그때부터 ‘커피’라는 존재는 내게 ‘나쁜 것’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후 나는 다시는 커피에 손도 대지 못했다. ‘악마의 눈물’과 다시 조우한 건 10년이 지나 대입 시험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고3 스트레스를 ‘반팅’으로 풀자며 근처 남학교와 반 대 반 미팅이 있던 날이었다. 당시 나의 파트너는 키가 180cm나 되는 근사한 남학생이었는데, 앳된 내 모습과 달리 늘 대학생 대접을 받는 약간 겉늙어 뵈는 친구였다. 남학생은 나를 소공동으로 이끌었다. 그가 나를 안내한 곳은 멋진 카페. 입구부터 그리스 신전처럼 장식된 그곳에서 그는 내게 ‘커피’를 권했다. 머리가 나빠지는 그것! ‘이젠 시험도 끝났으니 먹어도 될까…?’ 머릿속은 그가 권한 커피 때문에 온통 혼란이 일었다.
머뭇거리는 내게 그는 이유를 물었고 나는 고민을 말했다. 나를 빤히 보던 남학생은 한심하다는 듯 “그럼 너는 크리스마스 선물도 산타가 가져다준다고 믿냐?”라며 시니컬하게 내뱉었다. 순간 어른들에게 속아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걱정 없이 커피를 맛보게 되었다. 처음 커피를 접하는 촌스러운 내게 세련미가 뚝뚝 떨어지는 그는 카푸치노를 시켜 주었다. 부드러운 우유와 씁쓰레한 커피가 조화를 이룬 맛을 느끼며, 나는 문득 ‘이렇게 어른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더는 산타를 믿지 않으며, 더는 어른들의 ‘하얀 거짓말’에 속지 않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
그 후 커피는 자연스레 인생의 일부가 되었고 방송작가로 일하면서는 밤샘 원고의 동반자로 커피가 늘 함께해 왔다. 주로 아메리카노를 즐기지만, 가끔 기분이 우울할 때 카푸치노를 주문한다. 그리고 카푸치노 속에서 나를 어른들의 세계로 이끌었던 그 남학생의 모습을 보곤 한다. 지금은 너무 오래 지난 내 열아홉, 스무 살 적을 추억한다. 순진했던 나와 세상 물정을 아주 잘 알았던 그 남학생은 세 번의 만남을 뒤로한 뒤, 문화적인 차이를 느끼며 안녕을 고하고 말았다.
이선영/영등포구 여의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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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룹스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엑스피4050 + 원두분쇄기 산타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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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가 160년 전통의 독일 명품 소형가전 크룹스와 커피 사연 공모전을 시작합니다. 커피 한 잔에 기쁨을 느껴본 적 있는 ‘커피홀릭’이라면 누구나 응모 가능합니다. ‘커피 향기와 함께 떠오르는 사람’을 주제로 사연을 보내 주세요. 커피를 나눠 마시며 첫 키스를 나눴던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 힘들고 지칠 때 위로를 건네던 친구의 추억도 괜찮습니다. 가족 이야기도 환영입니다. 응모자 가운데 한 분을 뽑아 크룹스 에스프레소 머신과 원두분쇄기를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주제 : 연인ㆍ친구ㆍ가족 등 커피를 마실 때 떠오르는 사람과 그에 얽힌 추억.
⊙ 분량 : 200자 원고지 6장 안팎.
⊙ 응모 방법 :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에 접속해 esc를 클릭한 뒤 커피 사연 공모란에 사연을 남겨 주세요.
⊙ 상품 : 크룹스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엑스피4050 + 원두분쇄기 산타페( 50만원 상당)
⊙ 발표ㆍ게재일 : 개별 연락/매주 요리면.
⊙ 문의 : (02)710-0335, (02)2193-0655(상품 관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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