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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8 18:43 수정 : 2009.01.09 15:43

‘ 강남 귀족계’라고 불린 계모임 다복회의 계주 윤아무개씨가 지난 11월12일 저녁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운영 규모가 많게는 천억원대에 이르는 강남계들은 전용 사무실에 법무사와 변호사를 따로 두고 기업형으로 활동한다. 연합뉴스. 사진 jonggeel@hani.co.kr

[뉴스 쏙]

다복회 등 큰 곳은 수천억원대 굴려
사무실에 담당 법무사·변호사는 보통
운영비법 전수받아 계원 독립하기도

지난해부터 강남 일대 계모임이 줄줄이 파탄나면서 한 계좌에 수억원을 낙찰받았던 이들 계모임의 실체가 드러났다. 펀드 폭락에 경제 한파에 한숨 쉬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달마다 수십억이 오가는 강남 계모임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기 마련이다. 액수부터 운영까지 일반인들의 평범한 계와는 규모가 다른 강남계, 과연 무엇이 다른 걸까?

■ 뭉칫돈 낙찰계가 주류 계에는 경쟁입찰처럼 매달 가장 낮은 액수를 써내 곗돈을 타는 낙찰계, 정해진 순번을 따라 받는 번호계가 있다. 강남계는 번호계보다는 낙찰계가 주를 이룬다. 계원들끼리 서로 자금 사정을 잘 알아야 번호를 매길 수 있는 번호계보다 리스크가 커도 이자가 더 붙는 낙찰계를 선호하는 것이다. 또한 친목 도모보다는 이윤 창출을 더 중시하는 속성을 보여준다. 실제 강남계에서는 모임에 안 나가고 돈만 내는 계원들이 많아 서로 잘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계도 첫달 계주가 곗돈을 타는 건 불문율이다. 계모임 한 계좌 구성은 계원 10명 또는 20명+계주 1명이 보통이다. 피해 계원이 많았던 다복회의 2억원 낙찰계를 보면, 처음 두 달은 1천만원씩을 넣고 그다음부터는 매달 900만원, 850만원, 650만원으로 불입금이 줄어드는 식이다. 맨 처음 타는 계원은 1천만원만 내고 2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계원들은 곗돈 탄 계원의 불입금을 나눠 갖는 형식이다. 매달 나눠 갖는 인원이 줄어들어 맨 나중에 타는 계원은 오래 기다리는 대신 거의 20% 가까운 이자를 받게 된다.

강남에서 술집을 경영한다는 한 다복회 피해 계원은 “호황일 때 매달 7천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는데, 이 중 2천만원을 곗돈 붓는 데 썼다”고 말했다. 강남계 회원들은 연예인, 고위공무원 등도 있었지만 담보 잡히지 않고 투자 비용을 마련하려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많았다.

■ 오피스텔·법무사 마련은 기본 운영 규모가 천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큰 만큼 강남계는 서초동, 역삼동 등에 ‘오피스텔 곗방’을 차려놓는 것이 기본이다. 운영도 계주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법무사나 담당 변호사를 두고 기업형으로 운영한다. 이들의 주된 임무는 바로 돈을 떼일 때 차압하는 것. 이런 사무실을 운영하는 비용은 모두 계주 몫이다. 전세금이 최소 1억5천만원이 넘는 비싼 강남 사무실 임차료를 내는 대신, 계주들은 수십개의 계좌에서 맨 첫달 곗돈을 타서 수십억원의 자금을 굴릴 수 있게 된다.


다복회 계주 윤아무개(51·여·구속)씨도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사무장·총무를 휘하에 두고 운영했다. 다복회 계원들은 하나같이 “계주 윤씨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고, 매달 계모임 등에서 잠시 보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한마음회 계주 이아무개(55·여)씨가 지난 12월 잠깐 잠적했을 때 피해 계원들이 일제히 법무사에게 몰려가기도 했다. 한마음회·행복회 등 여러 계에 들었다는 박아무개(41)씨는 “요즘 이 바닥에서 법무사 정도도 두지 않고서는 믿음을 주지 못해 계를 할 수 없다”며 법무사까지 두는 것을 신기해하는 기자를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을 정도다.

■ 계모임 운영비법 끼리끼리 전수해 확산 다복회 계주 윤씨와 한마음회 계주 이씨는 친구 사이였다. 다복회 계원이었던 이씨는 윤씨에게 다복회 운영 방식을 배워 한마음회에 그대로 따왔다고 한다. 한마음회에서 다시 방식을 배워 생긴 계들도 있다.

계주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강남 일대 고소득 자영업자들이며 특히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업종 사람들이란 점이다. 한마음회와 행복회 계주는 보석업체 주인이어서 부유층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다복회 계주 윤씨는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면서 인맥을 쌓았고, 이후 강남구 도곡동에서 대형 한정식집을 경영해왔다. 윤씨는 유명 여대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다니며 만난 이들을 계원으로 모으고, 강남 부유층들을 자신의 한정식집에 불러 식사를 대접하며 설명회를 열며 적극적으로 계 운영에 나섰다.

■ 유사수신이냐 사기냐-처벌 강화 여론 높아져 강남계들이 줄줄이 무너졌듯 계모임은 오래가기가 어렵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요즘 강남계가 화제지만 사실 어제오늘일은 아니라고 잘라 말하며 “대부분 오래가는 계에서 문제가 많이 생기는 법”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 이런 계모임 사건은 어떻게 처벌받을까? 일반적으로 사기나 배임죄가 적용되는데, 피해 규모가 큰 계모임의 경우 허위 사실로 꾀어 자본금을 모은 뒤 떼어먹는 유사수신 행위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들은 “유사수신의 경우, 행위 증명 자체가 쉽지 않고 형량도 낮아 사기·횡령·배임 등이 오히려 더 처벌 강도가 크다”고 설명한다. 세금 한 푼 안 내고 고리로 돈을 돌리는 계모임은 사실상 무등록 대부업체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엇갈리지만 처벌 강도가 상식보다 약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경찰과 피해자 모두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 사실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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