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08 18:46
수정 : 2009.01.09 15:43
[뉴스 쏙]
* 장포대 : 장군 진급 포기한 대령
장교 퇴출 심사제 도입에
“도맷금 취급” 불만 목소리
ㄱ대령은 아침시간이 느긋하다. 커피도 한잔하고 신문도 훑어본다. 다른 후배 장교들은 지휘관에게 업무보고를 준비하느라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자료를 찾느라 바쁘다.
하지만 군대 ‘짬밥’ 30년이 넘은 ㄱ대령은 웬만한 일은 훤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는 “후배들이 한 시간 걸릴 일을 10~20분이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ㄱ대령은 오후 업무를 마무리 짓고 퇴근 전 주말 골프 약속을 잡았다.
ㄱ대령은 후배들에게 인기가 좋다. 일로 까다롭게 괴롭히지 않는데다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해 주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급자들은 ㄱ대령을 부담스러워한다. ㄱ대령도 불편한 일이 가끔 생긴다. 지난 연말 먼저 준장으로 진급한 임관 후배가 부대 순시를 왔다. 서로 곤란할 것 같아 아예 자리를 피해 버렸다. 이를 두고 주변에선 ‘장포대는 과연 배포가 다르다’며 수군거렸다.
장포대는 “‘장’군 진급을 ‘포’기한 ‘대’령”의 줄임말이다. 장교들은 농담 삼아 가장 무서운 군인을 ‘장포대’라고 한다. 이들은 진급에 목을 매지 않기 때문에 윗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행동한다. 노무현 정권 때 일부 장포대들은 공사석에서 최고통수권자인 노 대통령을 폄하하는 시중의 농담을 거리낌 없이 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대령한테는 모두 세 차례 진급 기회가 있다. 이를 놓치면 진급은 물건너간 ‘진급 적기 경과자’가 된다. 하지만 56살까지 보장된 대령의 연령 정년 덕분에 3~4년 더 복무한다. 국방부는 지난달 진급 적기가 지난 장교들에게 무조건 정년을 보장하지 않고 2년마다 심사를 해 부적격자는 퇴출시키기로 했다. ‘장포대’를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장포대도 할 말은 있다. 정년을 2년 앞둔 대령은 “군인은 이직의 기회가 없고 다른 공무원에 견줘 격무인데도 정년은 상대적으로 짧다”고 항변한다. 장포대는 위로 갈수록 자리가 좁아지는 피라미드형 계급 특성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문제인데도, 개인의 자질 부족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일부 인사의 문제를 침소봉대해, 성실하게 근무하는 다른 장포대까지 도맷금으로 비난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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