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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첫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마치고 이수원 비상경제상황실장의 안내로 상황실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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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쏙]
한반도 첨단정보 집합소 ‘비상경제 상황실’“쇼하나” 논란 일자 “빈공간 없어서” 해명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비상경제대책회의가 8일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렸다. 앞서 청와대는 비상경제정부를 선언하고, 비상경제대책 상황실을 이곳에 설치했다. 이른바 ‘워룸’(war room·전시작전상황실) 개념이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전쟁에 준하는 사태로 전제하고, 그만큼 긴박하게 움직이겠다는 상징적 조처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는 “워룸이 아니라 쇼룸”,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른바 ‘워룸’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산하 국가위기상황팀이 운영하는 ‘종합상황실’이 설치된 청와대 안의 비밀 지하공간을 말한다. 청와대에 이 지하벙커가 설치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씨가 문세광의 총격으로 숨진 다음해인 1975년. 당시 박 대통령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다며 청와대에 대형 방공호를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한 일은 거의 없었다. 80~90년대에는 팀스피릿이나 을지포커스 훈련 때 지휘본부로 쓰인 정도였다. 이 지하벙커가 ‘워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3년 6월 지하벙커에 각종 첨단장비를 설치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상황실이 마련된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대통령은 이곳에 상주하며 전시상황을 총괄지휘한다. 이 지하벙커는 어떤 재래식 폭탄에도 끄떡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핵폭탄도 직격으로 맞지 않는 한 방사능이 침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구는 두께 1m의 대형 철판으로 굳게 잠겨 있다.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고, 구체적인 위치는 기밀사항에 속한다. 그렇다고 이 지하벙커가 전쟁 대비용인 것만은 아니다. 지하철 참사 등 각종 재난도 ‘포괄적 안보’ 차원에서 대비하고 있다. 내부시설은 첨단 통신장비의 집합소이다. 상황실 전면 벽에는 대형 평면텔레비전 10대가 2단으로 설치돼 있다. 육·해·공군 사령부, 경찰청, 소방본부, 산림청, 한국전력 등 국내 22개 기관의 상황실 정보가 연결돼 있다. 한반도 주변에 운항중인 모든 항공기와 선박의 움직임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볼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가동 현황, 4대강 수질오염 상태, 전국 경찰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지진파 상황, 전국 산불 발생 현황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상황판에 표시된 항공기나 함정을 클릭하면 속도, 진행 방향 등이 뜨고, 아군 항공기나 함정과 상황실에서 직접 통화도 가능하다. 미국의 백악관 지하에도 종합상황실이 설치돼 있다. 청와대 지하벙커는 백악관 지하벙커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상황실에 설치된 평면텔레비전은 삼성 제품이고, 백악관 상황실에 설치된 평면텔레비전은 엘지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경제대책 상황실은 이 지하벙커의 공간 일부를 이용한다. 이 지하벙커에는 국무회의를 열 대형 회의실도 마련돼 있는 등 제법 여유공간이 있다. 상황실에는 7일 국내외 주식시세, 환율 및 시중금리 상황, 예산집행 상황 등을 알려주는 모니터가 설치됐다.
청와대가 이 지하벙커를 비상경제대책 상황실로 이용하는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경제가 전쟁 상황에 가까운 위기라는 이미지를 줘 국내외 투자 등에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지적도 있고, “실제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지하벙커 이용이 제한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청와대는 애초 “전대미문의 비상한 상황이니까 대응도 속도감 있게 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란이 일자 “청와대에 남은 (사무) 공간이 그곳밖에 없어서”라고 해명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지금의 비상경제대책회의와 같은 ‘경제대책조정회의’가 구성돼 14개월 동안 운영된 바 있다. 그러나 그때 회의실은 지상에 있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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