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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4 17:15 수정 : 2009.01.14 17:15

〈거장과 마르가리타〉

[매거진 esc] 이다혜의 한 줄로 한 권 읽기

〈거장과 마르가리타〉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김혜란 옮김, 문학과 지성사 펴냄

“총독, 당신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말을 정말로 믿고 있습니까?”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1940년 세상을 떠난 러시아 소설가 미하일 불가코프의 마지막 소설이다. 생의 마지막 몇 년간 그는 이 책을 썼고, 시력을 잃어 수정 과정에서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구술로 일을 진행했다. 러시아 혁명과 내전을 겪으면서 작가 활동을 한 그는 반혁명적, 반소비에트적이라는 비난을 받아 1920년대 후반부터 사망할 때까지 소비에트에서 단 한 편의 작품도 출판하지 못했다. 불가코프의 마지막 소설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온 편집인이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읽고 한 말도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았다. “이 소설은 출판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스탈린 치하의 모스크바에 흑마술 교수를 자칭하는 악마 볼란드 일행이 나타나 시민들을 공포와 혼란으로 몰아간다. 이 남자를 만난 사람들은 정신병원으로 실려가는데 병원에는 예수와 빌라도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한 소설을 썼다가 혹평을 받은 ‘거장’이 정신적 충격을 못 이겨 입원해 있다. 거장의 연인 마르가리타는 사탄의 무도회에서 악마의 부인 역할을 맡겠느냐는 제안을 받는다.

정치에 냉소하거나 인터넷으로 자기 생각을 밝히는 일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나날이다. 인터넷 논객 한 사람이 글로 국가 경제를 좌우했다는 죄를 썼다. 5년 전, 10년 전에는 풍자를 잘만 받아들이던 사람들이 이제는 유머 감각을 잃고 겁에 질린 눈으로 두리번거린다. 이런 거 읽고 웃었다간 빨간 딱지 붙는 거 아닌가, 댓글 잘못 달았다 패가망신하는 거 아닌가.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니냐고? 정말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나? 불안은 우리를 좀먹는다. 이런 거 읽어도 되는 거야? 아니, 왜 하필 빌라도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는 소설인 거야? 정말 괜찮은 거야, 응? 괜찮은지 아닌지를 보장하기엔 내 목구멍부터 포도청이지만, 러시아 대인배 불가코프 선생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아랫목에서 읽으니 보드카에 취하는 것처럼 머리가 녹지근해지는 게 아주 그만이다.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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