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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의 색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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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사랑은 문제다.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그래도 하고 싶고, 해야 하니 문제. <호박과 마요네즈> <블루> 등 절제된 감성으로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온 기리코 나나난의 2007년작 <캔디의 색은 빨강>은 문제적 사랑을 다루고 있다. 왜 문제적 사랑이냐면 쓸쓸하니까. 대여섯 쪽짜리 짧은 이야기 18편은 장황한 앞뒤 설명 없이, 사랑에 대한 감정만을 보여준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설렘, 사랑이 제대로 발전할 때의 안도감, 사랑이 떠난 후의 회상, 죽을 만큼 힘든 순간이 지나간 다음의 다짐 … 주인공과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그녀들의 사랑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사랑하는 순간에도, 지나간 순간에도 쓸쓸한 여운이 남는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비싼 물건을 사 달라는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남자가 건네준 열쇠로 그의 지저분한 방에 들어가 깜빡 잠이 드는 정도로 기뻐하고, 연하의 남자친구를 정성껏 돌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데도 행복한 사랑은 쉽게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면 그건 그녀들이나 남자의 잘못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남자들은 가정요리에 약한 것 같아. 네가 만드는 삶은 요리나 된장볶음 같은 거.” “그런 건 금방 질릴걸? 매일 먹다 보면.” “오히려 좀 질렸으면 좋겠어. 그렇게 될 때까지 함께 있고 싶어.” 다섯 번째 단편 ‘사랑에 빠진 마리’에 나오는, 3년 만에 연애를 하게 된 마리와 4년째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는 ‘나’의 대화다. 나는 마리를 보며 자신도 예전에 그런 때가 있었음을 기억한다. 하지만 가정요리가 아니라 다시 새롭고 폼 나는 요리를 해 보고 싶다고, 사랑에 빠진 마리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시작하는 사랑은 오래가지 않을까 두렵고, 그 사랑이 일상이 되면 도망갈 궁리를 하게 된다. 그래서 양희은 선생님이 그러셨나 보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건 참 쓸쓸한 일인 것 같다고. 김송은/만화전문지 <팝툰>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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