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보다 남자〉
|
[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방영 3주차에 들어서며 시청률이 부쩍 높아졌다. 시청자 게시판도 뜨겁다. ‘F4’를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상찬들 가운데 가끔 ‘이 어려운 시기에 이런 드라마 꼭 해야 하나’ ‘여성분들 허파에 바람 들까’ 우려하는 ‘남걱정씨’들도 보인다. 걱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F4’ 멤버들 부모 재산을 모두 합치면 (과장해서) 대한민국쯤 거뜬히 사고 남을 부자에다 꽃보다 곱게 생긴 소년이, 하나도 아니고 넷이라니. 게다가 이런 초호화 남자 주인공들의 사랑을 받는 건 평범한 서민 가정의 소녀다. 만화 같다고? 만화 맞다. 알다시피 이 드라마의 원작은 1992년 시작한 가미오 요코의 만화 <꽃보다 남자>다. 부모의 허영으로 ‘있는 집안’ 자제들만 다닌다는 귀족 고등학교에 진학한 중산층 출신의 정의감 강한 소녀 쓰쿠시가 학교 안 왕자님으로 군림하는 ‘F4’의 악행에 대항하다 그들의 사랑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계급을 뛰어넘어 사랑을 얻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쓰쿠시가 한 일이라곤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대로 행동한 것뿐이라는 거다. 돈이면 다 된다는 믿음을 가진 ‘F4’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며 초연하게 행동했을 뿐, 마법의 힘을 빌리지도 않았고, 알랑방귀를 뀌거나 ‘여우질’을 하지도 않았다. 굳이 <꽃보다 남자>의 윤리적 효용을 따지자면 이런 스토리가 서민 가정의 소녀들에게 건강한 자부심과 희망을 안겨 준다는 것이다. 보잘것없지만 지킬 것을 지키는 소녀가 모든 것을 얻는다는 결론은 평범한 소녀들을 건강한 자기 긍정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런 만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면 현실에서도 백마 탄 왕자님을 바라게 된다고? 그럴 리가. ‘봉숭아 학당’의 스타 ‘일출’님께서 일갈하셨듯, 자존심 강한 서민 출신 소녀도 구혜선만큼은 생겨야 관심 받는다는 거, 우리 여자들 다 안다니까. 만화전문지 <팝툰> 기자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