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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법률조언으로 여론 뭇매 맞았던 이정호 변호사, 법과 정의의 회색지대와 몸과 양복 사이즈의 회색지대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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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사람들
조성민 법률조언으로 여론 뭇매 맞았던 이정호 변호사,법과 정의의 회색지대와 몸과 양복 사이즈의 회색지대를 이야기하다
자신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습니까? 그런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이번에 김성일씨가 느낀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유행에 민감하고 항상 멋을 생각하는 스타일리스트와 ‘2 대 8’ 가르마를 떠오르게 하는 변호사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그러나 김성일씨는 이정호(38) 변호사와 인터뷰를 마치고 친구가 됐습니다. 변호사와 스타일리스트는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요? 요약하자면, 두 사람 다 사람들의 약점을 감싸주는 일을 한다는 걸 깨닫고 악수를 나눴습니다. 이 변호사는 <솔로몬의 선택>과 케이블방송 ‘엑스티엠’(XTM) 등에서 구수한 입담과 입담만큼 출중한 법률 지식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끝으로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사람들’이 문을 닫습니다. 여검사가 나오는 ‘미드’(미국 드라마) 얘기로 마지막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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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법률조언으로 여론 뭇매 맞았던 이정호 변호사, 법과 정의의 회색지대와 몸과 양복 사이즈의 회색지대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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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여론 때문에 더 중한 형 받은 꼴
이정호 변호사(이하 이) : 기본적으로 변호사들이 사건을 수임하는 건 형사재판의 경우 무죄가 나와야 하니까 무죄라고 변론하는 것이고, 민사소송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그러나 회색지대나 점이지대가 있습니다. 가령 형사사건인데 당사자 진술의 신빙성을 장담할 수 없을 때가 있지요. 그런 경우 변호사의 역할이 뭐냐? 이건 교과서에도 있는 질문입니다만, 그땐 “당사자를 변호하라. 대신 함부로 무차별적으로 거짓을 변호할 수 없으니 당사자를 보호하는 역할과 (변호사의) 공익적 역할을 결합하라”고 배웠습니다. 절충이죠.(웃음)
김 : 저도 유명 배우들을 스타일링할 때 그들을 보호하는 셈이에요. 몸매의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감추고.(웃음)
고나무 기자(이하 고) : 위험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저는‘변호사라는 직업에 과도한 공익의 짐을 씌우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시선을 던지는 것은 변호사가 될 사법연수원생에게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게 이유의 하나겠죠. 저는 변호사들이 과도한 공익의 짐을 벗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사법연수원생 월급을 안 받는 쪽으로 가야겠죠.
이 : 법률이라는 속성 자체가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이념적 지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저는 그래서 변호사를 도덕적 이유로 비난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고 : 야구선수 조성민씨에게 법률 조언을 한 사실 때문에 고생하셨을 것 같습니다. 민사에서는 공익에 부합하는지 안 하는지 딱 떨어지지 않는 회색지대가 너무 많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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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법률조언으로 여론 뭇매 맞았던 이정호 변호사, 법과 정의의 회색지대와 몸과 양복 사이즈의 회색지대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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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 블로그에서 해명을 했음에도 비난을 많이 받으셨는데, 그런 비난에 대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시는 건지요?
이 : 충분히 합니다. 헌법을 배우면서 볼테르가 했던 말처럼,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권리를 존중하고 그것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비난할 수도 있겠죠.
김 :맡은 사람이 유명할 경우 항상 이런 일이 생기지 않나요? 변호사님은 게다가 본인이 알려지기도 했고요. ‘이런 사건은 안 맡았으면 …’ 하는 대중들의 시선이 있어요. 저 같은 경우도 누구나 제가 하면 항상 베스트 드레서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거든요. 다른 얘기를 하자면, 저는 제게 들어온 일을 무작정 다 맡지 않아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 위주로 하고, 나머지 시간에 일을 배분해요. 변호사님도 그렇게 선택을 하시나요?
이 : 기본적으로 아는 사람 소개받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직접 모르더라도 대부분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을 소개받으니 거절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사건을 제가 안 맡더라도 조언이라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고 : 만약 조성민씨가 정식으로 사건을 의뢰했다면 수임하셨을까요?
이 : 아마 그냥 의뢰했으면 안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순수한 가정이지만, 일단 조성민씨 사건이 언론에 나왔을 때 저도 변호사로서 ‘법률상 이렇게 되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언론에 나온 그분이 (아버지로) 사는 모습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후배를 통해 그분(조성민)의 속내, 즉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뭔지 듣고 결국 조언하기로 했죠. 아마 조성민씨 본인이 제 앞에서 스스로 맡아 달라고 말했으면 신뢰 안 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저도 진짜 악덕 범죄자가 오면 안 맡습니다. 당연한 거죠.
항상 스타일리시한 건 멋진 게 아냐
고 : 일부 네티즌에게 변호사님의 인상은 ‘어떤 사건이라도 돈 받으면 다 하는 변호사’일지 모릅니다. 당시 조성민씨가 친권을 회복하지 못하도록 현행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법률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 아뇨, 쉽습니다. (법을 고치자는) 타당성은 충분합니다. 그러나 타당성을 주장하는 쪽에서 구체적으로 타당한지 고민이 없었습니다. 친권을 부활하지 않게 만든다면 후견인을 지정하는 사이 대리인이 없는 아이들의 불안을 어떻게 하자는 건지 등에 대해서 고민이 적었습니다. 친권·후견인 과정 법률이 다 바뀌어야 하고 법원의 신속한 처분도 뒤따라야 하는데 그런 깊이 있는 고민이 적었습니다. 타당성 갖자는 건 좋은데, 구체성이 떨어졌다고 봅니다.
김 : 대통령·영부인·유명 기업인 모두 스타일리스트가 있어요. 제 생각에 우리나라 남자들 너무 옷을 못 입어요. 특히 40대들이 옷을 너무 못 입어요. 그래서 ‘아저씨 군단’이라고들 하잖아요. 저는 항상 그런 사람들을 위한 스타일링을 하고 싶었어요. 물론 변호사란 직업이 믿음을 줘야 하니까 보수적인 차림을 해야 하는 측면은 있죠. 너무 멋지면 의외로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이 변호사를 보며) 잘 하시는 거 같은데 … 좀더 본인 사이즈에 맞는 옷을 입으시면 좋을 거 같아요.(웃음) 우리나라 남자들은 ‘몸에 맞는 것’의 기준이 한 치수 큰 거죠. 권위 있으면서 멋있게 입는 방법이 있는데 ….
이 : 제가 무스타일의 스타일이라고요 ….(웃음) 넥타이도 별로 신경 안 써요. 최근 한 재판 때 여자 변호사였는데 정장이 아닌 옷을 입고 왔나봐요. 저는 봐도 잘 모르겠던데(웃음), 그 변호사가 재판 진행에서 사실 관계를 따지는 데 우왕좌왕하더라고요. 재판부가 쓴소리 해야겠다 싶었는데 꽂혔는지, “다음부터 정장을 입고 나오라”고 하더군요.
김 : 그게 옳은 걸 수도 있어요. 때와 상황과 장소에 맞춰 옷을 입는 게 진정 옷을 잘 입는 건데, 항상 스타일리시하다는 건 ‘항상 내 멋만 내면 된다’고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 <나는 여검사다>에서도 여검사들이 항상 팬츠 슈트든 스커트 슈트든 슈트만 입던데요? 법정에서는 보수적인 차림으로 가는 게 어울리지 않을까 해요. 제대로 차려입은 모습의 클래식한 사람이 변호사로서 정말 스타일리시할 거 같아요. 난 미드 덕분에 법률가들에게 너무 관심이 생겼어. 이 변호사님, 무료 스타일링 계약했다고 생각하세요.(웃음)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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