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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1 18:40 수정 : 2009.01.21 18:40

초고층 전망 공원 몽상

[매거진 esc] 오기사의 도시와 건축

얼마 전까지의 대한민국이었다면 이랬을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하면 당신도 타워팰리스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깐 열심히 일하면서 노력하세요.” 하지만 불과 십수년 만에 한국은 이렇게 바뀐 것 같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지. 타워팰리스는 그들만의 세상. 각자 자기가 속한 세상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노력하시오.”

두 가지 말에 담긴 정치적 의도나 숨겨진 계략 따위는 모르겠다. 거짓이나마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맞는지,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조언해 주는 것이 맞는지도 판단하지 못하겠다. 다만 확실한 게 있다면 세상이 그러하듯 도시 역시 결코 평등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도시, 혹은 집단 군락이 평등했던 시절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간에는 위계가 있었으며 신분이나 계층에 따라 도시 공간은 엄격히 구분됐다. 다 같이 가난했던 시절일지라도 가난하지 않은 사람은 존재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처럼 도시공간이 평등한 경우도 없다. 대한민국 0.1%에게만 타워팰리스에 살 자격이 주어지지만 대한민국 100% 누구라도 타워팰리스 앞 보행로를 거닐 자유는 주어진다. 이제 감히 가볼 수 없는 도시 공공 공간은 없다.

다만 수평적으로 평등해진 도시공간은 수직적으로 더욱 불평등해졌다. 예전에는 누구든 돈만 낸다면 63빌딩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었지만, 현재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타워팰리스 꼭대기에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소유하지 않는 한은 올라갈 수 없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고층 빌딩의 꼭대기 층은 전망대가 아닌 회원제 레스토랑이나 비싼 임대 공간으로 전용된다. 도시공간은 그 도시를 채우는 건물들의 입구, 딱 거기까지만 평등하다.

임대나 주거 건물이 아닌 이상 일정 규모 이상의 1층 공간은 공공에게 개방되곤 한다. 그런데 기왕 공공을 위한다면 꼭대기 층도 개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 가장 비싸고 귀한 장소가 된 건물의 꼭대기를 인심 좋게 내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결국 법적인 사항으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일 것이다. 가령 40층 이상 건물이라면 맨 꼭대기 층을 조건 없이 공공에게 개방하는 조건으로 법정 층수나 면적 제한을 두 층어치 정도 완화시켜 주는 방안이 있을 수 있겠다. 서울 시내에 수십 군데의 전망 공원이 생기는 것을 상상해 본다. 나름 낭만적인 도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일 때문에 강남역 부근에 새로 조성된 삼성타운 건물 옥상에 올라갈 기회가 생겼던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타워팰리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데다 혼자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지면을 빌려 살짝 제안을 해 본다.

오영욱/건축가·오기사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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