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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걸작은 주방 탁자를 대신한 카페에서 태어나고 있다. 부산대 근처의 카페 ‘키친 테이블 노블’. 사진 이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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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명석의 카페정키
야근에 지친 몸이지만, 오늘도 그는 집 대신 어수선한 카페 구석 자리를 차지한다. 입안에 끼얹은 커피 한잔은 윤활유 같은 것. 그때야 덜거덕덜거덕 녹슨 뇌가 돌아간다. 그는 노트북을 열고 잠시 마음을 추스른 뒤 자판 위로 손가락을 달린다. 도도독 도도독. 모니터 위에 미래의 걸작이 태어난다. 카페는 오래전부터 여러 작가와 예술가들의 작업장이 되어 왔다. ‘라 클로세리 데 릴라’에서 스페인 여행을 회상하며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 ‘니컬슨 카페’를 비롯해 에든버러의 여러 카페를 전전하며 해리 포터의 모험담을 만들어간 조앤 롤링, ‘스타벅스’를 작업장 삼아 버락 오바마의 취임 연설문을 쓴 존 파브로 …. 카페가 사라진다면, 수많은 소설가, 드라마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들은 직업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발터 베냐민(독일의 철학자)은 카페에서 집필하는 일을 수술 집도에 비유했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카페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 예방을 위해 따라 마신 커피는 생각을 클로로포름 아래 잠기게 한다.’ 작가들은 이렇게 고도의 집중을 요하기에 카페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조용하고 고립된, 독서실 분위기의 카페들만이 작가들의 사랑을 받는 건 아니다. 홍대 앞 ‘곰다방’은 아주 좁다. 저녁 무렵이면 부산한 수다로 꽉 차는데, 그런 가운데도 소설 초고나 노트북을 꺼내 놓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옆자리의 대학생이 미네르바의 구속에 대해 성토하고 있을 때, 그 소리를 피하기 위해 더욱 집중하며 자신의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어떤 이들이 백색 소음에 기대 잠을 청하듯, 이들은 카페에서 생겨나는 ‘갈색 소음’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쓴다. 자정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그때야 온다고 믿는 작가들이 적지 않은데, 당신이 만약 부산대 근처에 있고, 다행히 학생들 시험기간이라면, ‘키친 테이블 노블’을 찾아가 보라. 24시간 환하게 불을 밝힌 카페가 당신의 머리를 깨울 커피, 배를 채울 웨지 감자(반달 모양 감자), 발의 피로를 풀어 줄 족욕대, 그리고 당신의 불꽃같은 창작물을 기록할 노트북까지 내준다. 위로가 필요하다면, 소파 등을 긁다 잠든 고양이 ‘샴푸’를 어루만지면 된다. 이명석 저술업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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