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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8 17:08 수정 : 2009.01.28 17:08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매거진 esc] 이다혜의 한 줄로 한 권 읽기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지음, 서은국·최인철·김미정 옮김, 김영사 펴냄

“우울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를 상상하면서 행복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감정이 미래에 대한 상상을 지배해, 내일은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다이어트를 할 때 알아두면 좋을 것 중 하나는 ‘식사한 뒤 장보기’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장을 보러 가면 허기에 시달려 필요 없는 것까지 다 쓸어담게 된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그 반대가 되어 먹을 것을 사는 데는 돈을 잘 안 쓰게 된다. 뇌는 실제 상황을 지각하는 일을 최우선적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겨움을 경험하는 동안에는 열정을 상상하지 못하고 화를 경험하면서 애정을 상상하지 못하며 포만감을 경험하는 동안에는 허기 상태를 상상하지 못한다. 미래에 큰 불안을 느낀다면 그건 정말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 불안을 느끼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는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다양한 합리화 기제를 작동시킨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건강검진 결과 위험요인이 있다고 나오면 역설적으로 행복감이 증가하는 건 그래서다. 우리의 운명이 피할 수 없을 때, 도망칠 수 없을 때 그리고 취소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운명에서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려고 한다. 로또 당첨보다 암에 걸리는 편이 더 행복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인간이라는 말이다.

불안한 미래를 폭탄처럼 안고도 씩씩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미래를 과거처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불행한 사건을 겪은 뒤 몇 년이 지나 돌이켜보며 “사실 그건 살면서 겪은 최고의 사건이었어” 하는 일이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결혼 직전에 파혼한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말처럼 생각하라. “이혼보다는 파혼이 낫지, 더 큰 일을 겪지 않은 게 다행이네.”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으면 언제나 등장하는 레퍼토리 아닌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운운하는.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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