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쏙]
형 건평씨 구속뒤 ‘두문불출’측근들 “책속에 빠져 지낸다” 경남 봉하마을 최고 ‘관광코스’인 ‘노무현 전 대통령 만나기’가 두 달 가까이 중단됐다. 대신 사저 앞 노 전 대통령 모형이 방문객을 맞아왔다. 형 노건평씨가 구속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5일, 노 전 대통령은 “오늘 오전 진눈깨비가 내렸지요…. 따뜻해지면 인사하러 나오겠습니다”라고 관광객들에게 인사한 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지난해 큰아들의 딸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들판을 가로지르거나, 가게에서 담배를 피우던 모습까지 화제가 됐으나, 그런 동네 어귀 외출도 삼가고 있다. 덩달아 ‘노공이산’도 절필에 들어갔다. 자신이 개설한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 ‘노공이산’이란 이름으로 글을 올렸던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9일 글을 마지막으로 온라인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새벽에도 잠을 자지 않고 댓글을 달던 ‘밤을 잊은’ 논객 ‘노공이산’이 발길을 끊자, 사이트엔 “글을 기다린다”는 청원들이 올라온다. 침묵 속으로 걸어간 노 전 대통령은 현재 사저에서 책을 읽거나 일주일에 한두번 뒷산 봉화산을 오르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봉하마을에 같이 머무는 측근은 “퇴임 뒤 고향에서 책도 보고 글도 쓰는 계획을 세웠는데, 어쨌든 이번 일로 애초 계획한 일을 하고 있다”며 “글 쓰는 구상을 위해 방대한 자료를 갖고 있는 윤태영 전 대변인이 봉하에 자주 왔다갔다 하고, 이와 관련된 인사들도 가끔 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외부행사는 전혀 없고 마을에 중요한 일이 있으면 나서는 정도”라며 “보수의 회귀와 진보의 미래 등 우리 사회 근본적 문제와 관련한 책들을 주로 읽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미래를 말하다>(폴 크루그먼), <슈퍼 자본주의>(로버트 라이시), <유러피안 드림>(제레미 러프킨), <문명의 붕괴>(제레드 다이아몬드) 등의 책을 탐독했다고 한다. 신년인사를 위해 노 전 대통령을 만난 인사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한 인사는 “책을 읽으며 잘 지내시더라”고 했으나, 다른 인사는 “좀 지쳐보였다”고 말했다.
“동생의 도리”를 언급하며 말을 아낀 채 칩거에 들어간 노 전 대통령은 약속대로 찬바람이 저만치 물러가면 문을 열고 나올까. 한 측근은 “따뜻해지면 나가실 것”이라면서도“그게 언제인지, 계획이나 기약은 없다”고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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