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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토론 단골’ 여야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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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쏙]
방송작가들 “뻔한 얼굴만 나오는 이유 있소이다”논점 흐리고 말 느리고 메모만 읽는 정치인 꺼려 ‘대표선수를 찾아라!’ 요즘 정치권에선 첨예하게 맞부닥치는 각종 법안들을 놓고 국민에게 정당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대변할 논객 발굴이 한창이다. 무릇 논객 반열에 오르려면 3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정치인들은 입을 모은다. 논리적이어야 하고 흥분하면 안 되며, 안티가 적어야 한다. 한나라당에서 첫손에 꼽는 논객은 홍준표 원내대표다. 한선교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은 “홍 원내대표가 주로 구사하는 토론의 기술은 키워드를 반복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주입·세뇌시키는 것”이라며 “시청자들은 어차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보지 않기 때문에 그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엔 홍 원내대표는 고위 당직을 맡고 있어 웬만하면 토론회에 나가지 않는다. 홍 원내대표처럼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토론 흥행사’는 아니지만, ‘논리 논객’도 몸값이 올랐다. ‘논리’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법조인 출신들이 각종 토론 프로그램의 출연 빈도가 높은 편이다. 한나라당에선 장윤석·나경원 의원 등을 자주 내보내는데, 장 의원은 시종일관 ‘모노톤’ 어조로 조근조근하게 상대방의 허점을 찌르며 압박하는 전술로 유명하다. 한선교 본부장은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도 마음놓고 내보낼 정도여서 ‘장다르크’라고도 불린다”고 말했다. 토론을 앞두곤 점심까지 걸러가며 공부에 매달리는 ‘모범생’ 나 의원은 대변인 출신이어서 인지도가 높아 일단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장 의원이나 나 의원은 본인들이 논리를 중요시하기 때문인지, 민주당 인사 가운데는 차분하고 조리 있게 말하는 우윤근 의원을 높이 평가했다. 최근엔 언론사 출신인 진성호·강승규 의원도 언론법 개정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해 부쩍 얼굴을 내밀고 있다. 분명한 정치적 입장과 해박한 전문지식도 중요하다. 라디오 토론프로그램의 한 진행자는 “이한구·최경환 의원은 워낙 경제에 밝기 때문에 토론에 탄력이 붙고, 과거에 비주류 소장파가 한창 힘을 발휘할 때는 남경필·원희룡 의원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송영길 최고위원, 최재성 대변인, 이용섭 의원 등이 대표적인 공격수다. 송 최고위원은 분명하게 당의 입장을 설명하며 현안을 논리적으로 잘 짚어내고, 최 대변인은 ‘카메라 울렁증’이 없어 자연스럽게 말하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야당 특유의 전투성은 부족하지만, 오랜 관료생활에서 터득한 각종 지식과 정보가 풍부해 상대방을 ‘콘텐츠’로 제압한다.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법 개정에 맞서 담당 상임위 소속인 이종걸 의원도 자주 출연하는 편인데, 상대방의 말에 다소 격앙돼 말이 빨라지는 게 단점이다. 백원우 의원은 토론 경험이 적어 처음엔 어려움을 보였으나 갈수록 실력이 쑥쑥 느는 ‘일취월장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대표나 이정희 의원,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대표도 진보정당 특유의 논리를 바탕으로 탄탄한 말솜씨를 갖고 있어 토론의 달인들이라고 할 만하다. 토론 프로그램에서 가장 꺼리는 인물은 논점을 흐리거나, 말이 느리고 사투리를 심하게 쓰거나 그냥 메모를 읽는 출연자다. 토론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한 방송작가는 “의원들은 워낙 대중을 많이 상대하기 때문에 긴장하거나 떨진 않지만 가끔 토론에 적합하지 않은 분들이 등장한다”며 “일단 ‘폭탄’으로 판명되면 다시는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송호진 기자 edigna@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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