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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02 19:37 수정 : 2009.02.02 19:37

[생활2.0]

요즘 굴밥집이 많이 생겼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굴을 좋아하기 때문일 텐데,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음식이 전혀 당기지 않는다고 한다. 굴과 맞지 않는 체질이 있기 때문일까?

개인적으로는 어려서부터 굴을 무척 좋아했다. 우선 굴의 독특한 향과 고소한 맛이 좋았다. 여기에 값이 비싸서 쉽게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가을이면 생굴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했던 굴이 크게 한 번 문제를 일으켰다. 한참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늦가을에 체력 보강에 보탬이 되라고 어머니께서 해 주신 굴을 먹고 그날 밤 10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찾아야 했다. 대입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그 기간에 급기야는 3일 동안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한 가지 신기한 일은 그때 굴을 다 같이 먹었던 다른 식구들은 멀쩡했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 굴은 대소변과 도한을 그치게 하고 남자의 유정과 여성의 대하를 다스린다고 했다. 도한(盜汗)은 잠이 들면 땀이 나기 시작해서 잠이 깨면 도둑처럼 없어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정이란 남자의 정액이 아무 때나 흘러나오는 증세이며, 대하는 여성의 질 분비액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흘러나오는 병증이다. 즉 굴의 효능들은 모두 배설물들이 필요 이상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준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의학의 관점에서 쓰는 작용은 양이고, 저축하고 지키는 작용은 음이다. 그래서 몸에서 무언가 자꾸 새어나가는 것은, 더구나 그것이 몸의 아래쪽으로 새어나간다는 것은그만큼 음 기운이 약해졌다고 본다. 양 기운은 충분한 반면 음 기운이 부족한 사람을 바로 양인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소양인은 특히 아랫배의 기능이 약하다.

대소변과 정액, 대하 등은 배설과 관련된 것으로 그 배설기관이 아래쪽에 있다. 우리 몸에서 아랫배는 불필요한 것들을 내보내고 필요한 것은 다시 거둬들여 재활용하거나 정(精)이라는 형태로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굴은 소양인에게 좋은 음식이다. 더구나 굴은 성질이 차가워서 소양인의 열을 없애주고, 피부를 곱게 하며 안색을 아름답게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소양인들은 굴밥집을 자주 찾아가 많이 먹어도 좋을 것이다. 이런 기능을 가진 음식은 굴뿐만이 아니다. 해삼, 멍게, 새우, 전복 등 횟집에서 나오는 음식들도 대부분 소양인에게 이로운 음식이다.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평소 건강할 때는 비록 자기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이라도 별 탈을 못 느끼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큰 시험을 앞두고 심신이 예민해져 있는 그때에 먹은 굴은 결국 문제를 일으키고야 말았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체질음식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이 필요하며, 교과서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김종열/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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