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백 톤에서 찾은 희망
|
[매거진 esc] 사진 읽어주는 여자
남루한 차림과 삐걱대는 문짝, 아이들을 둘러싼 삶의 조건들은 참혹할 만큼 잔인하다. 하지만 인간이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없다고 했던가! 아이들의 밝은 표정 속에서 그 가능성을 엿본다. 왜 흑백일까? 어쩌면 작가는 처참한 현실을 몽상적인 흑백 톤으로 표현해서 희망을 찾고 싶었는지 모른다. 전형적인 황금분할 구도 속에 아이의 표정은 보석처럼 빛난다. 반짝반짝, 흙먼지 안에 콕 박혀 주인을 기다리는 다이아몬드 같다. 사진을 보면 점, 선, 면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의 얼굴은 큰 점이요, 문짝의 세로 가로는 직선이고, 나무 벽은 큰 면이다.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구도를 만들었다. 이 사진은 4년째 타이(태국) 방콕의 빈민가 클롱뜨이를 찍고 있는 사진가 김윤기(53)의 작품이다. 그는 ‘2009 태국 국제사진워크숍’에 강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김씨는 “처음 악명 높은 곳을 찍어서 떠보자”란 생각으로 사진 촬영을 시작했지만 서서히 변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내 자신이 그들과 같아지면서 죄책감도 사라졌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진가는 아니었다. 해외운송 관련 업무를 했던 그가 1994년부터 방콕에 자신의 둥지를 마련하면서 사진가로 변신했다. 니콘 에프엠투로 시작한 그의 좌충우돌 사진가 인생과 노하우는 2004년 출간된 책, <내 멋대로 사진찍기> 안에 고스란히 있다. 방콕=글 박미향 기자·사진 김윤기 제공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