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하우 투 스킨십
며칠 전 한 패션 브랜드의 간부와 점심 식사를 했다. 상대는 업계에서 실력이 뛰어나다고 주목받는 인물. 초면인데다 일종의 비즈니스 미팅인지라 가능한 한 격식을 갖춰 인사를 했고 대화를 풀어갔다. 패션 업계와 잡지 업계의 현 상황과 전망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졌다.“그러니까, 2005년이죠? 파리에 가서 취재하신 게.” “아, 예. 배우 김아무개씨 촬영과 인터뷰를 했지요. 그걸 어떻게?” “저희 디자이너도 취재하셨잖아요.” 헉! 디자이너. 그러고 보니 화보 촬영 와중에 잠깐 짬을 내어 파리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취재했던 기억이 났다. 그중 한 명이 한국 의류회사와 계약이 되어 있었다. “아, 예. 맞아요. 잠깐 기억이 안 났어요. 그분 작업실에 가서 인터뷰했지요.” “그때 기사 잘 봤습니다. 저희가 <코스모폴리탄>과 인연이 많아요. 그 1년 전에는….” 세상에. 정작 직접 취재를 진행한 나는 가물가물한 기억들을 연도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며 상황 설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런 게 바로 ‘비즈니스 매너’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와 만나기 전 상대방과 관련된 이력과 정보, 상대방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주제와 상대방에게 제안할 내용을 정리한 후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풀어내는 것. 분명 상대방은 보내주는 관심에 감동하고 제안에 더 귀 기울일 게 틀림없다.
생각해 보면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거창한 작업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게 있다. 상대방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 그 작은 노력과 배려가 오히려 감동을 남긴다. 이건 남녀 관계나 비즈니스 관계 모두에 통용된다. 혹시 오늘 점심 클라이언트와 미팅이 있다고?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그녀와 관련된 서류를 뒤지기 시작하라.
김현주/<코스모폴리탄>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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