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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1 21:04 수정 : 2009.02.15 10:53

돌산읍 신복리 신기마을의 마늘밭.

[매거진 esc] 갓·마늘·시금치·냉이의 초록 내음 가득한 여수 돌산도 맛기행

갯내음이 코끝에 향기롭고 바람결은 이마에 간지럽다. 햇살이 섬마을 산자락을 콕콕 찔러, 밭이랑마다 아지랑이가 자욱하다. 이 나른한 초록 들판을 매만져 다독이는 건 할머니·할아버지 손길이다. 투박한 손 끝에서 흙더미는 자지러지며 푸릇푸릇한 냉이·달래 내음을 내뿜는다. 남도 섬마을 들판은 이미 봄기운에 휩싸였다.

돌산도(突山島)는 여수반도 남쪽 끝에 방울처럼 매달린 섬이다. 야경 수려한 돌산대교가 반도와 섬을 잇는 끈이다. 우리나라 3천200여 섬 중 아홉번째로 크다. 돌산도는 2월초면 이미 봄빛으로 물든다. 지금 돌산도 들판엔 갓·마늘·시금치들이 이룬 초록융단이 펼쳐져 있다. 어느 밭이든 냉이가 기본으로 깔린 건 물론이다. 쑥도 새잎을 내밀기 시작했다.

푸근한 날씨, 짭짤한 바닷바람으로 4모작까지

돌산도 향일암 대웅전 마당에 서면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눈에 확 띄는 초록빛 주인공은, 섬 중앙과 동쪽 사면에 깔린 갓밭이다. 알큰하고 새콤한 맛을 자랑하는 갓김치로 태어나 밥맛을 돋우는, 그 유명한 돌산갓이다. 1980년대 말까지 돌산도의 이른 봄을 장식하는 작물은 보리였다. 5월까지 푸른 보리밭이 섬을 지배했다. 보리를 밀어낸 게 갓이다.

여수농협 돌산갓김치공장 남창곤(44) 공장장이 말했다. “갓이 뜨면서 돌산도에서 보리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보리농사 3년 소득이 갓농사 한번으로 나오기 때문이죠.”

돌산도는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드물다. 이번 겨울에도 아침 기온이 영하 밑으로 내려간 날은 이틀뿐이었다고 한다. 눈구경 하기도 어렵다. 이런 푸근한 날씨와 짭짤한 바닷바람, 그리고 마사토가 아닌 황토흙 등이 다른 지역에선 할 수 없는 4모작을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돌산도 갓은 발아에서 수확까지 90일이 걸린다. 사철 갓밭을 볼 수 있지만, 이른 봄철 가장 도드라진 푸른빛을 내뿜는다. 지금 죽포·평사리 등 주요 갓 재배마을에선 수확이 한창이다. 농산물공판장이 쉬는 토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갓을 캔다. 평사리 월암마을 갓밭에서 만난 서흥열(72)씨는 “겨울 갓은 성장속도가 느려 색깔이 더 짙은 편”이라며 “겨울엔 농약을 치지 않아 바로 뜯어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푸르디 푸른 갓잎을 떼어 씹으니, 짜릿하고 매콤하면서도 풋풋한 봄맛이 느껴진다.

돌산도의 극히 일부 밭에 심어진 적색 갓. 돌산도 농가에선 대부분 청색 갓을 재배한다.
돌산갓으로 담근 갓김치는 조선시대 임금님 밥상에 자주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돌산도에서 재배되는 갓은 일제때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이다. 배추형 갓(일본이름 청경대엽고채)과 무형 갓(평경대엽고채)이다. 이른바 청색 갓으로, 재래종인 적색 갓은 돌산도에서 거의 사라졌다. “성장속도가 느려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이 든 주민들 중엔 톡 쏘는 맛이 강한 적색 갓으로 담근 곰삭은 갓김치 맛을 못잊어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쏘는 맛은 덜하고 씹는 맛은 좋은 청색 갓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갓은 이제 돌산도와 한몸이나 다름없다. 들판마다 식당마다 가정마다 사시사철 갓 빠진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돌산도 4900여 농가 가운데 800여 농가에서 갓을 재배한다.

섬 남쪽 지역에서 봄기운을 북돋우는 건 마늘밭이다. 신복리·금성리 일대 산자락과 들판은 마늘 천지다. 두릅 심을 밭이 간혹 황톳빛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마늘밭도 푸르기는 하지만, 겨울 가뭄으로 마늘 잎 끝이 시든 것들이 많다. 신복리 신기마을 산자락 마늘밭에 경운기를 세워두고 잡초를 솎아내던 권태균(77)씨가 말했다.

“긍끼 지금 전국적으로 겁나 가물었오잉. 끝타리가 요로콤 쪽 꼬부라져불고 그라요. 그래도 작금이(작금마을) 것은 쫌 괜찮소. 평년작은 될랑가.”

섬의 서쪽 지역엔 시금치밭이 많다. 푸른빛은 덜하지만, 밭마다 두셋씩 앉아 시금치를 캐는 할머니들 모습에서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시금치밭은 수확이 끝나면, 4월부터 6월까지 돌산도의 또다른 특산물인 고들빼기 밭으로 거듭나게 된다.

돌산도 평사리 월암마을 갓밭에서 주민들이 갓을 수확하고 있다. 대부분 밭떼기로 상인들에게 넘겨진다.

2월 말이면 동백꽃 천지

돌산도 남동쪽 끝 향일암에 이르는 길은 동백나무가 지천이다. 새해 첫날이면 해돋이 감상 인파가 북새통을 이루는 이 길도 봄바람에 휩싸인 채 한산하기 그지없다. 동백꽃의 본격 개화는 2월 말이 지나야 한다. 가로수로 심어진 동백들 중 일부가 한두 송이씩 꽃을 피웠을 뿐이다. 3월이면 가로수와, 산자락, 바닷가 절벽의 동백나무들이 일제히 붉은 꽃송이를 매달게 될 전망이다.

임포마을 산길을 올라 150m 절벽 위 향일암 대웅전 앞마당에 서면, 남녘 바다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에 젖어볼 수 있다. 대웅전 건물은 온통 금빛으로 칠해져 있다. 햇빛을 잘 반사할 수 있도록 칠했다고 하는데,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아 볼썽사나운 데가 있다.

여수 여행쪽지

오동도 동백 3~4월에 활짝

삼치 전문식당이 몰려 있다.
◎ 가는길  수도권에서 호남고속도로 타고 내려가 남해고속도로 서순천 나들목에서 나가 17번 국도 타고 여수로 간다. 대전에서 대전~통영 고속도로 타고 가다 진주 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하동·광양 거쳐 순천 나들목에서 나가 17번 국도를 타고 가도 된다. 돌산대교에서 향일암 들머리까지는 승용차로 30여분 거리.

◎ 먹을곳·묵을곳  돌산읍 죽포리 죽포식당(061-644-3017)의 삼치(사진)회·병어회, 여객선터미널 뒤 구백식당(061-662-0900)의 서대회·금풍생이구이, 화장동 여순식당(061-692-0606)의 참장어구이, 미평동 삼치회 전문식당 선월(061-653-8200)의 삼치회. 중앙동에도 삼치 전문식당이 몰려 있다. 여수시청 주변에 깨끗한 모텔들이 몰려 있고, 향일암 밑에도 모텔이 많다.

◎ 볼거리  여수시내 수정동의 오동도는 이름난 동백섬. 본디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도라 했으나, 지금은 울창한 동백나무숲과 함께 다양한 식생이 우거진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다. 동백꽃 만개 시기는 3~4월. 돌산도 해양수산과학관에서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100종 5천여마리의 바닷물고기와 어패류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전라좌수영 객사 건물인 진남관(국보)은 국내 최대 목조 단층건물이다. 둘레 2m가 넘는 기둥이 68개에 이른다. 여수항 전망도 좋다. 여수시청 관광과 (061)690-2726.

여수=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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