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6 19:17
수정 : 2009.02.16 19:21
[생활2.0]
우리나라는 음식이 매우 다양하게 발달한 나라다. 4대 문명이 흘러 모이는 세계 문명의 종착지이기도 하며, 모든 종교와 사상을 소화해내되 그 원형이 가장 잘 살아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렇듯 왕성한 문명의 소화력은 세계의 음식 또한 우리 식으로 변형시켜 더 맛있게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중국의 멋없는 자장도 한국으로 건너와 맛있는 자장면으로 변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음식 문화를 좁은 현대의 시각으로 마음대로 재단하는 일이 있어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옻닭집 간판이 우후죽순으로 거리에 걸리던 무렵 한 지역 신문에 옻닭은 심각한 피부병을 일으키므로 시중에서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한 대학병원 피부과 의사의 주장이 1면에 크게 실린 적이 있었다. 내용은 한 남자가 가족과 함께 음식점에서 건강에 좋다는 옻닭을 먹었는데 유독 혼자만 온몸에 심하게 가려운 발진에 두통 및 고열까지 생겨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옻닭의 부작용이야 의학계에서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므로 피부과 의사들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옻닭이 어떤 사람에게는 약효를 나타내고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면 그것이 각각 어떤 경우에 그러한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일부의 부작용 때문에 옻닭 전체를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다.
옻은 그 붉은 줄기가 주는 느낌처럼 열성이 매우 강한 식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속이 냉한 소음인의 위장병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는 것이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닭도 역시 양성이 강한 동물이어서 따뜻한 성질을 가진 소음인 음식이다. 반면 늘 웅크리고 있는 돼지는 음성이 강한 동물이므로 속이 뜨거운 소양인 음식이 된다.
이처럼 성질이 뜨겁고 더운 두 재료가 만나서 옻닭이 됐으니 이를 소양인이 먹으면 어찌되겠는가? 그 열을 견디지 못하고 급히 피부로 내뿜는 현상이 바로 피부염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의사들은 ‘옻닭을 먹은 사람의 약 30%가량에서 피부염 증세가 나타난다’고 했는데, 소양인의 인구비율이 30%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부작용을 나타낸 사람의 대부분이 소양인이 아닐는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옻닭 집에는 ‘위에 열이 많은 소양인 체질은 피부염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는 경고문을 붙이도록 지도하는 것이 어떨까? 실은 옻닭 뿐 아니라 개소주, 흑염소탕, 삼계탕 등도 옻닭보다는 약하지만 모두 성질이 뜨거워 소음인 음식으로 소양인에게는 해를 입힐 수 있다.
이처럼 음식에는 영양소와 기운을 모두 고르게 갖춘 것이 있는가 하면 한쪽으로 크게 치우친 것도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것일수록 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효과가 큰 법이다. 물론 그만큼 체질에 맞지 않으면 부작용도 커질 것이다. 부작용이 있다 하여 오랫동안 가꾸어 온 전통 음식을 없애기보다는 그 성질이 한쪽으로 치우친 음식들의 체질적 특성을 밝혀 알림으로써 올바른 식생활 문화를 정립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종열/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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