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6 20:07
수정 : 2009.02.16 20:07
[생활2.0]
우리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이 집 다음으로 부러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나의 책상이다. 서재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나의 책상은 웬만큼 어지르고 펼쳐놓아도 공간이 남을 만큼 크고 넓은데다, 진한 나무 향기가 깊이감까지 더해주어 보는 사람마다 어디에서 샀는지 구입처를 묻지 않고는 못 배긴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대답은 미안하게도 이 책상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책상이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나의 책상은 새집 입주선물로 남편이 몇 주에 걸쳐 손수 만들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선물하거나 선물 받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남편은 아이의 침대도 책상도 책꽂이도 직접 다 만들어주었다.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는 동안 알게 모르게 소비에 중독된 아이에게 직접 만든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돈을 주고 사는 것에만 익숙한 아이에게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아빠가 만들어주는 것들을 맘에 들어했고, 필요한 게 있으면 사달라는 말보다 만들어 달라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아무리 간단한 것도 앉은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지는 건 없으니 만들어지는 동안 기다리는 법도 자연스럽게 배워졌다. 시간이 돈인 세상에 기다리는 게 무슨 낭비냐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기다린다는 게 믿음과 신뢰라는 바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난 기다릴 줄 안다는 것도 분명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직접 만든 것이 쓰기에도 편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닌지 벌써 오래되었고, 책상 하나, 의자 하나도 인체공학적 설계에 근거해 만드는 요즘, 아무리 정성으로 만든다 해도 그 편안함과 편리함을 어찌 따라가랴. 하지만 모든 것이 갖춰져 있던 도시 생활을 버리고, 필요하면 스스로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시외 생활을 일부러 선택한 우리 가족에게 그 정도 불편쯤이야!
이러니 우리 식구 사는 걸 보며 친정 엄마가 웬 사서 고생이냐고 혀를 쯧쯧 차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몸은 좀 불편해도 마음은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몸이 힘든데 마음이 어찌 편하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해버리신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실 땐 언제고…. 하긴 이제 연세가 있으시니 고생에 대한 구매력이 떨어지실 때도 되긴 되셨다.
하지만 아직 자신이 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조금 힘들더라도 직접 만들 수 있는 것 한가지쯤은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게 어떠실지…. 사족으로, 내 책상을 부러워하다 못해 자신들도 이런 책상만 있으면 글이 절로 써질 것 같다고 하신 분들, 제발 언제든 오셔서 대신 한 줄씩만 써주시길….
이경미/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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