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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8 19:39 수정 : 2009.03.04 18:35

이소라 vs 하이디 클룸

[매거진 esc] 안인용의 연예가 공인중계소

똑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물론 그게 원조 프로그램의 제작 지침인 ‘바이블’에 따라 만들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말이다. 패션 디자인 리얼리티쇼의 대명사 <프로젝트 런웨이>(프런)가 한국판 방송을 시작했다. 각각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프런코)와 <프런>의 진행을 맡고 있는 모델 이소라와 하이디 클룸이 이번주 주인공.

<프런코>에 기대가 컸고, 아직도 기대는 크다. 그런데 문제는 진행자인 이소라의 말투와 행동이 거슬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대표적인 예는 매회 여러 번 반복되는 “런웨이를 떠나셔도 좋습니다.” “You can leave the runway”를 고대로 옮겨놓은 문장인데, ‘-하셔도 좋습니다’라는 말은 우리가 평소에 잘 쓰지도 않거니와 느닷없이 끼워넣은 ‘셔’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다른 때는 ‘통과했습니다’, ‘축하합니다’로 편하게 얘기하다가 이 문장에서만 ‘떠나시다’라는 존칭을 쓰는 이유는 뭘까. 첫회에서 “레디, 고!”를 외칠 때 한번 ‘뜨아’ 했고, 2회 마지막 총평에서 “한계가 보이는 것 같군요”, “바닥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등 ‘같다’ 삼단콤보를 날릴 때는 할 말을 잃었다. 이 문제의 원인은 대본으로 추정된다. 이소라가 막 생각난 듯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놓을 때는 우리가 알고 있는 멋진 이소라인데, ‘진행’을 위해 대본에 쓰여 있는 얘기를 할 때는 낯선 이소라다. 충분히 카리스마 있는 그에게 어색한 카리스마를 덧입히다 보니 <프런코>의 이소라는 런웨이 위에서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어정쩡하게 서서 정색한 얼굴로 전혀 정제되지 않은 대사를 감흥 없이 늘어놓는 이소라가 되어 버렸다. 이 문제는 ‘바이블’ 탓이라기보다(설마 ‘바이블’에 ‘떠나시다’라는 존칭을 쓰라고 명시되어 있을까) 프로그램의 기초공사 부실 아닐까. 지금이라도 대본을 고칠 수…? (이소라 말투로) “사전제작이라니, 고치기엔 너무 늦은 것 같군요. 행운을 빌어요!”

안인용 기자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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