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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몰입하게 하는 데는 후렴구의 몫이 상당하다. 좋은 가요나 팝송에는 감정을 고양시키고, 노래를 계속 듣게 하는 훌륭한 후렴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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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30초에 승부하는 인터넷과 모바일 음악산업 바탕으로 세고 강해진 후렴구
태초에 후렴구가 있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대중가요 후렴구의 역사는 노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음악이 변하는 것만큼이나 후렴구 역시 시대에 따라 놀랍게 변신해 왔다. 1980년대 ‘이치현과 벗님들’이 ‘집시 집시 집시 집시 여인~’을 반복하던 시절의 후렴구는 요즘 노래들의 반복에 견주면 후렴구라고 볼 수도 없을 지경이다. 밤에는 별 따라 떠난다는 자유분방한 여인을 그린, 알고 보면 자극적인 가사였지만 ‘1절-후렴구-간주-2절’의 위치에 자리한 통상적인 후렴구였다. 이지연의 ‘바람아~아아아아아, 멈추어다오! 바람아, 멈추어다오’는 또 어떤가? 1930년대 ‘오빠는 풍각쟁이야~’에도 대중을 끌어당기는 후렴구는 있었다.
노랫말인가 후렴구인가
최근 유행한 후렴구는 빠르고 급하다. 강렬한 후렴구를 노래 앞에 붙이거나 곡 전체를 후렴구의 반복만으로 끌고 가는 경향을 ‘후크송’이라 지칭하게 된 것은 ‘반복’과 ‘중독’의 요소 때문이다. 노랫말 또한 짧아지고 단호해졌다. 미쳤거나 떠났거나, 전진의 ‘와’나 소녀시대의 ‘지’처럼 단음절이다. 노래의 중간까지 기다릴 이유 없이, 강렬한 후렴구가 노래의 시작에 붙는 건 예삿일이다. 원더걸스의 ‘노바디’ 안에는 단어 ‘노바디’가 60여 회, 소녀시대의 ‘지’에는 ‘지’라는 말이 50여 회 반복될 정도이니, 노래 전체가 후렴구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최근에 유행한 짧고 강렬한 후렴구의 반복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30초 음악의 소비에서 비롯됐다. 음원사이트에서 30초 미리듣기를 통해 음악을 구입하는 젊은 세대에게 초반 30초는 결정적이다. 음악을 들을까, 살까를 결정하는 선택 순간이다. 대학생 김동섭(26)씨는 “미니홈피나 네이버 등의 미리듣기를 통해 음악을 구입하는 것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음반 산업보다 수십배 커진 모바일 음원 산업의 중추가 된 핸드폰 벨소리나 수신 연결음이 대중가요의 핵심적인 후렴구 부분을 따오는 것도 귀를 확 당기는 ‘후크송’ 제작을 부추겼다.
‘후크송’에서 시선을 넓혀 후렴구를 다시 볼 필요도 있다. 박준흠 ‘가슴’ 네트워크 대표는 “훌륭한 가요나 팝송이라면 감정을 고양시키고, 계속적으로 듣게 하는 맥락 있는 후렴구가 있기 마련”이라며 ‘델리 스파이스’의 ‘차우차우-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기본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보여주면서도 전주와 변주, 그리고 멜로디 전체가 아주 훌륭하게 맞아떨어진 곡”이라고 예를 들었다. 박 대표는 연영석의 ‘공장’과 ‘언니네 이발관’의 ‘나를 잊었나요’ 등 텍스트와 멜로디 면에서 잊지 못할 후렴구는 무수히 많다고 했다.
독자 여러분의 귀를 ‘낚았던’ 노래도 최근의 ‘후크송’만은 아닐 것이다. 노래를 기억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신이 유혹당한 no.1 후렴구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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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의 ‘지’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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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난 너무 예뻐, 누난 예뻐’(‘샤이니’) 떡잎부터 알아본다랄까. 작년 내가 쓰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첫 방송 날 그룹 ‘샤이니’가 출연했다. 그때 ‘누난 너무 예뻐’를 부르던 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후렴구 ‘누난 너무 예뻐’는 외로운 누나들의 마음을 정확히 건드렸다. 그 후렴구에 반해 ‘샤이니’ 동생들까지 넘보면 내가 도둑이지^^*. (강수희, <신동, 김신영의 심심타파>(문화방송) 작가) ◎ ‘빈대떡 신사’(한복남)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이 곡은 아주 옛날 노래지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노래이기에 리바이벌 녹음을 해서 히트했던 곡입니다. 멜로디와 가사가 쉬워 몇 번 들으면 금방 마음이 동화되지요. 또 후렴구와 상관없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노래를 하나 꼽아보자면, 하청일씨와 함께 부른 ‘팔도유람’일 겁니다. 우리나라 지명을 말하는 코믹한 노래지요. 후렴구가 없어도 매력적인 대표적인 노래 아닐까요? (서수남,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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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또 다른 곡, 손담비의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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