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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기 아까운 작은 커피 교실들이 곳곳에 있다. 전광수 커피하우스 북촌점. 이명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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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명석의 카페정키
커피와 친해지면 물방울의 숲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탁자 위의 드립용 주전자 뚜껑엔 수증기가 방울을 맺고, 커피 잔을 가져가는 코끝엔 기쁨의 땀방울이 솟아나고, 이 세계를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욕심에 우리 이마엔 송골송골 식은땀이 맺힌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파게 된다. 커피를 공부하는 데도 여러 방법이 있다. 수험생이 되어 대학의 커피 관련 학과에 원서를 내도 되고, 전세 보증금을 빼서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도 되고, 국내에도 적지 않게 생겨난 커피 교육기관을 알아봐도 된다. 나도 5년 전쯤 바리스타 과정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았다. 하지만 창업할 생각도 없는데 호기심만으로 그 비싼 수강료를 내야 할까 고민하다 양식 조리사 과정으로 선회했다. 마침 수업장이 같은 장소였는데, 강사의 지시대로 당근을 500원짜리 겹쳐 놓은 모양으로 다듬으며 에스프레소 머신을 흘깃거리는 마음이 착잡했다. 프로는 프로의 길을 가야 하겠지만, 아마추어들에겐 그에 맞는 교실이 있다. 카페 체인의 커피 교실은 놓치기 아깝다. 신청만 하면 공짜일 경우가 많고, 여러 커피를 시음하게 해주고, 케이크 같은 간식도 챙겨주고, 퀴즈를 내어 상품도 나눠준다. 다만, 직원들이 너무 소박하게 상식 위주로 강좌를 진행하는 게 아쉽다. 모카 포트 시범을 보이다가 포트를 폭발시킬 뻔하거나, 카페라테와 카푸치노를 서로 바꾸어 알려주는 경우도 보았다. 핸드 드립 카페의 강좌들은 좀더 본격적이다. 커피 한 잔 가격 정도로 수강료를 받지만, 본전은 확실히 챙길 수 있다. 내가 가본 곳 중에는 전광수 커피하우스 북촌점이 가장 실속 있었다. 젊고 열의 넘치는 바리스타가 터키시, 에스프레소 등의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흥미롭게 알려주었고, 실습 역시 형식적이지 않았다. 너무 많은 커피를 자꾸 내줘, 그걸 다 받아 마시는 게 힘들다면 힘든 점이었다. 동네 카페의 작은 커피 교실이 더욱 즐거운 점은, 새로운 커피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와 함께 처음 드립을 내렸던 대학생이 그 카페의 직원으로 들어오더니, 몇 년 뒤에 새끼 카페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흐뭇하다. 그가 정말로 열심히 커피 공부를 하던 얼굴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이명석/저술업자 이명석의 카페정키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사랑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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