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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은 만큼 달콤한. 크룹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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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KRUPS와 함께하는 커피 사연 공모전
오늘도 커피가 내게 말을 건넨다. “오늘 하루 행복하게!” 어깨가 축 처져 커피를 휘휘 젓고 있으면 예의 그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커피 한 잔 들고 앉아 있는 공간과 시간에는 오롯이 나만 존재한다. 나물부터 약재 등 쓴맛을 즐기시던 아버지의 유전자 탓일까, 나는 커피가 그저 좋았다. 이젠 커피를 즐겨온 세월만큼 입맛에도 내공이 쌓여 적당히 쓰고 시어야 하고, 신선해야 하고, 최근엔 태생도 ‘착한 커피’여야 한다는 것까지 추가되어 조건도 까다롭다.이런 내가 두 아이를 낳고 기르는 48개월 동안 커피를 맘껏 못 마신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임신 중에는 입덧 탓에 그럭저럭 넘겼는데 엄마가 먹는 음식이 아기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수유기에는 커피 끊는 게 힘들었다. 나중에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노라”고 유세라도 부리고 싶었던 걸까? 한 잔 정도는 괜찮다지만 그냥 참았다.(개인적인 견해로는 커피 마신 후 수유는 아기에게 영향이 있다.)
아기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즐기면서 맘 편히 마시지 못하는 건 의미도, 즐거움도 없었다. 그래도 너무 마시고 싶은 날에는 ‘수유부가 커피 마시는 요령’을 숙지하고, ‘모유수유카페’ 등을 배회하며 타협점을 찾기도 하고, “그냥 마셔”라며 이미 그 시절을 보내고 커피를 달게 마시는 육아 선배들을 부러워하며 카페인 대신 스트레스를 수유하는 나를 미워했다.
시간은 흘러 목표했던 기간만큼 수유를 마치고 꿈에 그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수유 완료를 축하하는 남편과 정성스럽게 커피를 준비해 첫 모금을 마시던 순간! 해방감과 만족감, 소중한 즐거움을 되찾은 기쁨…. 인내만큼 그 맛은 달콤쌉싸름한 삶의 맛 자체였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동안 못 마신 것을 다 마시자니 낮에도 밤에도 밖에서도 커피를 마시고 또 마셨고 폭음(?)하다 급기야 위장이 고장 났으니 나는 정녕 커피홀릭일까?
맨 위에 살짝 어리는 커피 오일이 남는 게 좋아 프렌치 프레스 스타일의 여과기를 사용한다. 준비해놓고 애 보러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적정 시간을 넘겨 기껏 내린 커피가 쓰고 식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럴 때 아줌마는 ‘30~40분조차 내게 허락되지 않나’ 싶은 마음에 살짝 서글퍼진다. 생각의 반 이상이 커피인 이 아줌마의 티타임 완성을 기대하며!^^
지은경/경기 포천시 소흘읍 대방샤인빌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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