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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2 19:05 수정 : 2009.03.02 19:05

[생활2.0]

새봄이 눈과 비를 건너서 왔다. 꽃샘 눈이라기엔 너무 많이 내려 연구원 뒷산이 한겨울처럼 하얀 설산이 된 뒤로 이제야 봄이 청명한 대기와 함께 왔다. 때를 맞춰 신기하게도 사람의 몸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솟구치며 봄기운이 올라옴을 느낀다. 이 천지 기운을 어떻게 잘 받으면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향상시킬 수 있을까?

<황제내경>에 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정원을 산책하고, 옷을 느슨하게 입고 머리를 풀어 늘어뜨려 몸을 편안케 함으로써 의지가 솟아나게 하면서 봄기운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기르되 죽이지 말고, 주되 빼앗지 말며, 상 주되 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봄은 양기가 올라오는 계절이다. 양기는 생명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기운, 즉 살리는 기운이다. 따라서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이 봄이며, 이런 이유로 사랑의 마음이 마구 샘솟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봄바람이 절로 나는 것이다.

이런 천지의 뜻을 거스르고 살생을 하면 봄의 양기를 받는 길이 막힌다. 이때 살생은 살아 있는 생물을 죽이는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마음의 희망을 꺾는 것과 상처를 입히는 일도 모두 죽이는 기운이므로 크게 보아 살생에 속한다.

봄에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것은 솟아오르는 양기를 충분히 받기 위해서다. 양기는 일 년 중 봄에, 하루 중에는 새벽과 아침에 강하게 올라온다. 여름과 한낮에는 양기가 무성하게 발산하는 때이므로 기운의 방향이 다르다. 따라서 봄 새벽처럼 양기를 받기 좋은 때가 없는 것이다. 이때에 천지 기운을 잘 받아놓아야 한해를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봄에 밥맛이 없고 비실비실대면 ‘봄을 탄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이는 봄기운을 받을 바탕이 없기 때문이다. 소화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밥을 많이 먹이면 체하듯이 겨울에 양생을 잘못해 기본 체력이 손상된 사람은 봄에 오히려 기운에 치이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 잘 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단전호흡이나 요가를 해야 한다. 마음을 느긋하게 해 사람을 여유롭고 관대하게 대하며 일도 긴 호흡으로 천천히 해야 한다. 특히 저녁엔 몸의 근육이 굳은 데가 없는지 잘 만져보고 풀어준 뒤 잠에 드는 것이 좋다. 봄기운은 부드러운 기운이다. 부드러운 기운을 받으려면 내 몸도 마음도 부드러워져야 하는 것이다. 옷을 느슨하게 입고 머리를 풀어놓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을 다스리려 해도 환경의 제약을 받는 게 사람이다. 요즘 경제가 어려운데다 정치까지 너무 경직되어 있고 언론의 사회 관련 기사에도 어두운 내용들이 가득하니, 이 좋은 봄에 전 국민이 양생을 잘 못할까 걱정이다. 하지만 수신이 평천하의 근본이라 했으니 어려운 때일수록 내 마음과 내 생활을 잘 다스리고 볼 일이겠다.


김종열/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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