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4 18:28
수정 : 2009.03.04 19:22
[매거진 esc] 싸움의 기술
요즘 같은 어려운 시대에 결혼을 해대는 사람은 왜 이리 많은 거여? 젠장! 이러면서 사람들은 토요일이나 일요일마다 봉투를 들고 그래도 얼굴도장을 찍으러 다닌다. 청첩장을 보다 보니 작년 여동생 결혼식 준비하던 때가 생각난다. 어느 날 여동생은 갑자기 선언했다. “언니 나 결혼해!” 부모님 돌아가신 후 삼남매가 오순도순 살다가 그 트라이앵글이 깨지는 순간이다. 괜히 심통이 나버린 나는 때마침 제의가 들어온 옴니버스 영화 찍는다고 그날부터 집에 들어가질 않았다. 여동생은 엄마도 아빠도 없이 혼자서 준비를 하고 다녔다. 수의사니 동물병원 하랴 결혼 준비 하랴 무지 바쁜 여동생을 난 도와주지 않았다. 남동생도 섭섭했는지 말이 없다. 집은 떠나라고 있는 것인데 그 진리에 반해 20대부터 괜히 돈독한 우애를 다지고 모아서 흩어지지 않게 정말 강제적으로 마흔이 가까운 남매들끼리 모여 살았다. 그 불퉁스럽고 심통스러운 기운 속에서 여동생이 드레스를 고르러 가자고 제안했다. 흥, 드레스 따위란… 말을 집어삼키곤 따라갔다… 오오 드레스를 하나씩 하나씩 입고 나오는데 나에게 순간 개그우먼 강유미 신이 강림했다. 옷 입은 여동생도 드레스를 입히는 도우미들도 모두 나의 너스레에 웃기 시작했다. 강유미가 된 난 즐겁게 안영미가 결혼한다는 데 기꺼이 하는 심정….
동생과의 갈등도 사실 따지고 보면 나의 섭섭함과 불안함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괜히 시작된 어긋남이 싸움이 되고 그 기간의 어두움은 맘과 내 주변의 아우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동생의 모습을 본 순간 사라지고 입에서는 재미난 찬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늘 인간은 수염과 꼬리가 없어서 싫어라고 중얼거리던 여동생이 개와 고양이 말고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드레스를 입은 여자로 변신해서 서 있는 거 아닌가. 화해의 순간은 이미지다. 그리고 포인트는 웃음이다.
김정영/오퍼스픽쳐스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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