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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4 19:23 수정 : 2009.03.06 10:18

오스트레일리아 쿰바나만의 소도시 분버리에 있는 돌고래 디스커버리 센터에 전시된 돌고래 태아. 디스커버리 센터는 돌고래 연구, 교육, 보존 기관이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아이슬란드에서 알래스카,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전세계 고래 탐험기

내가 고래의 매력에 빠진 곳은 아이슬란드의 후사비크였다. 18~19세기 포경선의 어업기지였던 소도시의 2층짜리 창고에 들어갔을 때, 나는 그곳이 공룡 전시장인 줄 알았다. 10~20미터의 거대한 고래 뼈들이 박물관을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비영리단체가 세운 후사비크 고래박물관(whalemuseum.is)은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왔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바다로 돌아간 거대 포유류의 신비함과 신비한 동물을 학살한 인간의 역사를 담담하게 전시했다. 여기서 나는 고래를 먹는 고래 ‘오르카’(한국어로는 범고래로 번역된다), 적도에서 남극까지 여행하는 ‘험프백’(혹등고래), 그리고 인간과 친구가 되는 돌고래 등 여러 고래들을 만났다. 아이슬란드 인구 30만명 중 절반 이상이 다녀간, 작지만 실속 있는 박물관이었다.

8.5미터의 오르카들은 세렝게티의 사자처럼 연합작전을 펴서 20미터가 넘는 다른 고래를 공격한다. 오르카를 처음 만난 건 알래스카 코르도바의 이약 인디언 문화센터(ilankacenter.org)에서였다. 오르카는 이미 죽어 뼈만 전시된 상태였다. 오르카는 코르도바 앞바다에 자주 놀러 왔고, 어부들은 부족의 이름을 따 그를 ‘이약’이라 불렀다. 그러던 이약이 2000년 6월 바닷가에 올라와 몸을 파묻었다. 마을 사람들은 젖은 헝겊을 덮어주면서 이약을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삶을 포기한 고래의 아집은 꺾을 수 없었다.(고래가 해안으로 올라와 자살하는 현상을 ‘스트랜딩’이라고 한다. 스트랜딩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벨루가(흰돌고래)의 아름다운 울음소리도 기억에 남는다. 벨루가는 음파로 통신을 하는데, 그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노라면 오페라의 히로인 같다. 매끈하게 빠진 하얀 몸으로도, 벨루가는 가장 예쁜 고래다. 북극에 사는 벨루가는 1997년 부산 다대포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아마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밴쿠버에 간다면 아쿠아리움(vanaqua.org)에 가서 벨루가를 만나라. 돌고래 쇼에 나온 벨루가는 웃고 찡그리고 히죽거리다가 카나리아처럼 노래 부른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쿰바나만에는 병코돌고래 100여 마리가 산다. 언제부터인가 매일 오전 해안가에 놀러 와 이들은 인간과 교감하게 됐다. 돌고래는 인간을 만나러 오고, 인간은 돌고래를 보러 나간다. 돌고래 디스커버리 센터(dolphindiscovery.com.au)가 먹이를 준다. 하지만 돌고래가 하루 먹는 8㎏의 20분의 1도 안 되는 양이다. 때문에 돌고래가 오는 것은 인간과 놀기 위해서다. 여기에서 돌고래 관광 투어가 진행된다. 배를 타고 나가면 돌고래들이 껑충껑충 따라온다.

밴쿠버 아쿠아리움도 디스커버리 센터도 돌고래 입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입양 기부금을 내면, 이 자금은 고래 연구와 보존, 교육에 쓰인다.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에서 사자를 못 봤다고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 관광객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고래 관광은 고래를 보는 게 목적이 아니라 고래와 교감하는 게 목적이다. 고래가 과연 나올까? 망원경을 이리저리 돌리며 설레는 가슴을 즐기는 것이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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