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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4 19:44 수정 : 2009.03.04 19:44

해장 커피 러브샷. 사진/ 크룹스 제공

[매거진 esc] KRUPS와 함께하는 커피 사연 공모전

10여 년 전, 외환위기의 한파가 막 지나간 춥고 배고프던 시절. 1년 365일 술잔을 함께 기울이던 남친이 있었다. 처음엔 술친구였지만, 술의 양과 종류가 늘어날수록 ‘우정’은 ‘애정’으로 변했다. 지금은 없어진 홍대 앞 술집 ‘발리’, 그곳에서 주고받던 ‘발리표 폭탄주’(주인장이 맥주 한 병에 여러 종류의 양주를 섞어서 주는 술)는 1등 공신이었다.

풋풋했던 그 시절, 우리는 가끔 ‘해장’을 빙자한 조찬 데이트를 즐겼다. 문제는 바로 그 해장의 기술이었다. 우리의 막강 애정전선은 아침만 되면 서로 다른 해장 스타일로 위기를 맞았다. 설렁탕과 깍두기 국물을 기대했던 나에게, 남친은 뜬금없게 커피를 권했다. 그것도 다방커피족이 먹기엔 너무 쓴 아메리카노로! 어학연수를 핑계 삼아 ‘런더너’로 10개월을 살고 온 그는 “한번 도전해 봐, 머리가 맑아질 거야!”라며 선진 문물을 전수했다.

보수적 해장 스타일을 가진 나에겐 고역이었다. 브라질에서 진한 커피로 숙취를 해소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당시로선 수긍이 가지 않았다. 이걸 마신다고 속이 풀릴까 싶었다. 그럼에도, 남친의 줄기찬 설득과 구애는 계속됐고, 끝내 나의 상처받은 간은 커피로 달래지곤 했다.

남친의 해장은 때론 과감했다. 그의 단골 해장 집은 홍대 앞 패스트푸드점 버거킹. 별다방이 유행하기 전, 버거킹에서도 커피 주문이 잦았던 시절이다. 그는 종종 대형 콜라컵에 커피를 담아 달라는 깜찍한 요구로 아르바이트생들을 긴장시켰다.

몇 차례 실랑이가 벌어지고, 매니저가 카운터 앞에 등장한 뒤에야 그는 콜라 컵을 쟁취하곤 했다. 장하다, 남친! 너무 많이 마신 날엔 커피전문점 로즈버드에서 에스프레소와 샷 추가를 외쳤다. 커피가 과연 콩나물 해장국보다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을까 궁금했지만 검증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당시만 해도 20대라 뭐로 해장해도 몇 시간만 지나면 거뜬했던 탓이리라.

‘해장국녀’가 ‘커피녀’로 도약하던 즈음 우리는 결혼에 골인했다. 술김인지, 찰떡궁합인지,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공교롭게 우리는 지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찍은 바로 그 카페에서 불과 50m 거리에 산다. 하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꽃미남들의 서빙을 받으며 해장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고 있다. 커피 해장으로 나를 꾀던 그 남자, 지금은 붉은 핏자국 가득한 선지로 해장을 하신다. 사기 결혼!?

김가은/서울 마포구 창전동


KRUPS와 함께하는 커피 사연 공모전
◎ 〈esc〉가 독일 명품 소형가전 크룹스와 커피 사연 공모전을 진행합니다. `당신의 기억 속에 커피가 가장 맛있던 순간·에피소드’를 주제로 200자 원고지 6장 안팎의 사연을 보내 주세요.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에 접속해 esc를 클릭한 뒤 커피 사연 공모란에 응모하시면, 매주 한분을 뽑아 크룹스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엑스피4050과 원두분쇄기 산타페(50만원 상당)를 드립니다. 문의 : (02)710-0335, (02)2193-0655(상품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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