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9 20:16
수정 : 2009.03.09 20:16
많은 사람들이 ‘오줌소태’라고 이르는 질병이 있다. 주로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데, 증상은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으며, 심할 때는 소변에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한다. 간단한 소변검사를 통해 ‘급성 방광염’으로 진단되기도 하며, 초기에는 치료도 매우 간단하다. 병원에서는 보통 적절한 항생제를 3일 정도 처방하는데 처음 한두 번만 먹어도 증상이 매우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증상이 없어지면 약 먹기를 바로 멈추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성 방광염을 일으키는 세균은 항생제의 공격에 잠시 활동을 멈추는 듯하다가 항생제를 먹지 않거나 또는 그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활동하게 된다. 증상이 다시 나타나고 이에 환자들은 며칠 전에 처방받은 그 ‘잘 듣는 약’을 찾아 다시 한두 번 먹고 말기 십상이다. ‘재발이 잦은’이라는 수식어가 방광염 앞에 자주 붙어다니는 데에는 환자들의 이런 약 먹는 습관이 한몫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원인 세균은 처음에는 효과가 있던 항생제에 내성을 가져 그 항생제를 먹어도 세균을 죽일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증상을 빨리 좋게 하는 약의 경우 환자들이 처방받은 기간만큼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이 종종 있다. 반대로 어떤 약들은 증상을 빨리 좋게 하지 못해 일부 환자들은 계획된 치료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의사를 바꾸기도 한다.
환자들에게 병의 경과와 치료 약물의 특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의사에게도 물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처방전은 의사와 환자 사이 약속이다. 예를 들면 하루에 3번, 3일 동안 먹고, 식사 전 또는 후에 먹는 등의 약 복용 방식을 잘 따르는 것은 병을 치료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세균이 원인인 많은 감염병의 경우 같은 균이라 할지라도 이들이 침범한 부위에 따라 항생제를 먹어야 하는 기간이 달라지기도 한다. 스테로이드 등 일부 약들은 갑작스럽게 약 먹기를 중단하면 다이어트 뒤 폭식으로 몸무게가 이전보다 더 나가는 것처럼 ‘반동현상’이 생겨 증상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혈압을 낮추는 약도 마음대로 약 먹기를 중단하면 갑작스럽게 혈압이 올라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약을 너무 좋아하고 구하기도 쉬운 환경 탓일까? 종종 약 먹기를 시작하고 끝내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어떤 약들은 증상을 줄여 볼 목적으로 환자 스스로 약의 용량이나 먹는 횟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이것 또한 담당 의사에게 충분한 상담을 받은 뒤 해야 할 일이다.
명심해야 할 점은 약의 다른 얼굴은 바로 독이라는 사실이다.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용법을 지켜야 한다.
박지선/원진녹색병원 가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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