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0 15:31
수정 : 2009.03.10 15:48
[생활2.0] 불편한 생활
어떤 사정으로 인해 두어달 가량 비어있던 옆집에 엊그제 새사람들이 이사를 들어왔다. 어떤 사람들이 이사를 왔을까 하는 궁금증보다 그동안 사람 기척도 없고, 불이 꺼져 있어 늘 어두컴컴하던 집에서 불빛이 다시 새어나오는 것이 먼저 반가웠다. 동네가 고만고만하니 굳이 내가 직접 물어보지 않아도 어디서 살다 왔는지, 남편 직업은 뭔지, 아이는 몇 명인지는 장담컨대 삼일 이내에 온 동네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현관문만 닫고 들어가면 완벽하게 이웃들과 차단되는 아파트가 아닌 대문은 늘 열려 있고, 담장도 낮거나 아예 없는 그런 주택가이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나오다 마주치면 서로 고개 숙여 인사를 할 수밖에 없고, 안부 한두 마디씩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이런저런 문제를 의논하는 사이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그러다 보면 음식쟁반 돌리기는 기본이고, 날씨 좋은 주말이면 각자 음식 한가지씩 가져와 함께 나눠 먹는 맛있는 수다가 마당에 펼쳐진다.
물론 이웃 간에 너무 많이 알고 지내는 것이 가끔은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오늘은 할 일이 많아 그냥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 싶었는데, 차 한잔 권하는 걸 거절 못해 건너갔다 오전 시간을 고스란히 빼앗긴다거나, 모른 척 지나쳐줬으면 하는 일일수록 먼저 아는 척해주는 관심, 때로는 그 관심이 지나쳐 간섭으로 느껴지는 순간순간도 있다. 그래서 가까울수록 거리를 두란 말이 나왔을 것이다.
집을 지을 때는 옆집과의 경계에서 얼만큼을 떼고 지으라는 거리가 정해져 있는데, 그렇다면 이웃 간의 편안한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걸까? 예상했던 대로 돌아오는 답의 대부분은 ‘적당히’였다. ‘적당히…’ 딱히 대답하기 막연할 때 나도 자주 쓰는 말이지만 이 말 진짜 어렵다.
그러다 깨달았다. 내가 지금 얼마나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가를…. 그런 계산하는 삶이 싫어서 일부러 이 동네에 집을 지어 이사를 온 사람들이 우리였다.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겠다고 일부러 담도 쌓지 않고 대문도 달지 않았으면서 그걸 벌써 잊어버렸다니…. 바로 고민의 주제를 바꿨다. 이웃 간의 거리가 아니라 우리 동네 거리를 어떻게 하면 예쁜 거리로 가꿀까 하고.
이경미/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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